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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축구 '벨호' 아시안게임 남북대결서 1-4 완패…25년 만에 4강행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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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노한 여자축구 벨 감독 "공정한 스포츠를 원한다…이건 아냐"

◇경기 종료 뒤 대한민국 선수들이 아쉬워 하는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떠나고 있다.

한국 여자축구 '벨호'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8강에서 성사된 '남북 대결'에서 완패했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여자 축구대표팀은 30일 오후 중국 저장성 원저우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8강전에서 북한에 1-4로 역전패했다.

전반 41분 손화연(현대제철)의 퇴장으로 인한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후반에만 3골을 내주고 무릎을 꿇었다.

한국 여자축구가 아시안게임 4강 무대에 오르지 못한 건 5위로 마친 1998 방콕 대회 이후 25년 만이다.

아울러 아시안게임 북한전 연패 기록도 늘어났다.

18년 전 2005년 8월 동아시아축구연맹컵에서 북한에 1-0으로 이긴 대표팀은 이후 12차례 만나 2무 10패로 고전했고, 이날도 웃지 못하며 13경기째 무승이 이어졌다.

지난 7월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에서 1무 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벨호는 아시안게임에서도 메달을 따지 못하고 일찌감치 짐을 쌌다.

북한전을 '꼭 이겨야 하는 경기'라고 강조한 벨 감독은 스트라이커로 뛰어온 박은선(서울시청)을 최후방 수비수로 선발 기용하는 '변칙 수'를 뒀다.

대신 활동량이 왕성한 손화연을 최전방에 뒀고, 최유리(버밍엄시티)·천가람(화천 KSPO) 등이 측면 공격을 맡겼다.

박은선은 세트피스 상황에서는 최전방까지 올라가 180㎝가 넘는 신장의 위력을 보여줬다.

전반 11분 코너킥이 올라오자 문전에서 박은선이 경합한 덕에 그 뒤에 있던 리혜경(압록강)의 시야가 가려졌고, 리혜경은 공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자책골을 헌납했다.

◇30일 중국 원저우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8강전 한국과 북한의 경기.후반 대한민국 콜린 벨 감독이 벤치로 물을 마시러 온 선수들을 상대로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2002, 2006, 2014년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한 '강호' 북한은 9분 만에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등번호 10번을 단 리학(4·25)이 페널티지역 왼쪽 지점에서 찬 오른발 프리킥이 반대편 골대 상단 구석으로 빨려 들어가며 1-1이 됐다.

팽팽하던 승부의 균형은 전반 41분부터 급격히 북한 쪽으로 기울어졌다.

전반 12분 한 차례 경고를 받은 손화연이 전반 40분 공중볼 경합 중 상대 골키퍼 김은휘(내고향)와 충돌했다.

전진해 공을 쳐내려던 김은휘와 쇄도하던 손화연의 중간 지점에서 충돌이 일어났는데, 심판은 주저하지 않고 손화연에게 옐로카드를 꺼냈다.

경고가 쌓인 손화연이 그라운드를 떠나면서 수적 열세에 처한 벨호는 고전하기 시작했다.

후반 들어 제대로 된 공격 기회를 잡지 못하고 수비에 급급한 대표팀은 후반 36분 결국 역전 골을 내줬다.

페널티지역 내 혼전 상황에서 최금옥(내고향)이 지켜낸 공을 안명성(압록강)에게 연결했고, 이를 안명성이 오른발을 쭉 뻗어 밀어 넣어 김정미(현대제철)가 지키는 골문을 열었다.

기세가 오른 북한은 후반 45분에도 리학이 페널티아크 뒤편에서 기습적인 오른발 중거리 슛을 차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우리나라는 후반 추가 시간 베테랑 수비수 김혜리(현대제철)가 페널티지역에서 공을 처리하다가 손에 맞았다는 판정이 나와 페널티킥까지 내줬다.

키커로 나선 김경영(내고향)이 침착하게 차 넣어 북한의 4-1 대승을 완성했다.

◇30일 중국 원저우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8강전 한국과 북한의 경기.후반 콜린 벨 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하던 중 머리를 만지고 있다.

한편 벨 감독은 심판 판정과 대회 운영이 다 편파적이었다며 분노를 격하게 쏟아냈다.

전반 40분 전진해 공을 쳐 내려던 북한 김은휘와 쇄도하던 손화연의 중간 지점에서 충돌이 일어났고, 심판은 주저하지 않고 손화연에게 옐로카드를 꺼냈다.

경고가 쌓인 손화연이 그라운드를 떠나면서 수적 열세에 처한 벨호는 고전하기 시작해 후반에만 3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벨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이 장면을 짚으며 "(후방에서) 롱볼이 넘어왔고, 스트라이커(손화연)는 머리에 공을 맞히려 앞으로 향했다. 상대 골키퍼는 주먹을 들고 뛰쳐나왔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훌륭한 경기가 될 수 있었는데 심판이 이를 전적으로 망가뜨렸다"며 태국 출신의 심판을 직격했다.

이날 심판진은 일본 출신 대기심을 빼면 모두 태국 심판으로 꾸려졌다.

벨 감독은 "이해할 수 없다. 월드컵이 몇주 전이었다"며 "난 대기심에게 그 심판이 월드컵에서 뛴 적이 있냐고 물었다. 없다고 했는데, 그 이유를 우리는 경기에서 볼 수 있었다"고 비꼬았다.

이어 "심판이면 절대 경기에 영향을 주면 안 된다. 간단한 문제"라며 "이런 토너먼트에는 항상 최고의 인재, 최고의 심판, 최고의 주관 조직이 있어야 한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이번 대회에서 결과적으로 16팀이 출전하게 됐는데도 4개 조로 나눠 조별리그를 치르지 않은 점에도 강하게 반발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본래 17팀이 경쟁할 예정이었다.

이에 조직위는 조별리그를 5개로 나뉘어 A∼C조는 3개 팀씩, D조와 E조는 4개 팀씩 배정했다.

그런데 대회 직전 캄보디아가 돌연 철수하면서 한국과 일본이 속한 D·E조에는 4팀이 경쟁하는데 북한이 있는 C조에는 두 팀만 편성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일반적으로 16팀이 출전하는 대회면 4팀씩 네 조로 나눠서 공평하게 경기 수를 보장하나 일정이 촉박해서인지 대회 조직위원회는 조 편성을 그대로 유지했다.

벨 감독은 "16팀이 이 대회에 출전하는데 4팀이 4조로 나눠서 하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2팀이 있는 조가 있었고, 우리는 48시간 전에야 직전 경기를 마쳤다"며 "이런 부족한 대회 운영이 전체적인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때도 침착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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