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플라이강원에 20억원 지급 양양군 하루만에 속전속결

업체 사실상 정상 운영 마지막날 군에 지원 요청
‘수정협약 체결 →감사 승인→지급 명령→입금''
3개 부서 5~6단계 행정 절차 수시간만에 마무리
군 “분기보고서 시한 알지 못해 ... 절차대로 지급”

속보=플라이강원이 정상적인 경영 마지막 날 20억원 지급(본보 9월25일자 1면 등 보도)을 양양군에 요청하고, 군은 관련 부서를 동원해 이를 뒷받침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양양군과 플라이강원은 ‘기업회생’은 경영 악화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취한 고육책이며 ‘20억원 지원과 배임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식의 해명을 해 왔지만, 이같은 주장을 무색게 하는 정황이 확인됐다.

본보 취재 결과 양양군이 평소 같으면 행정 처리에 수일이 걸릴 절차를 ‘하루’ 만에 마무리하고 플라이강원의 통장에 20억원을 입금한 날인 ‘2023년 5월15일’은 재정공시 의무기업인 플라이강원에게는 사실상 정상적인 회사 운영의 ‘마지막 날’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5월15일은 플라이강원을 비롯한 재정공시 의무기업들이 1·4분기 보고서를 금융위에 제출해야 하는 법적 마감시한이었으며, 회사는 이를 어겼다.

업계에서는 재정공시 기업이 마감시한까지 재정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더 이상 경영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상장기업의 경우 ‘상장폐지’에 들어갈 정도로 제재가 엄격하다.

결국 플라이강원이 정상기업으로서 예산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날 20억원 지원을 요청했고, 양양군은 이를 의심하거나 제지하지 않고 적극 협조했다.

이미 수개월 전 이뤄진 2022년 사업보고서에서도 회계법인은 부채와 자본 잠식 등을 이유로 플라이강원에 대해 ‘계속기업이 불확실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공염불이었다.

양양군은 5월15일 그동안 ‘위법’논란이 있던 이전 협약을 폐기하고 김진하 군수와 주원석 플라이강원 대표 명의 협약을 다시 체결한 데 이어 3개 부서에서 5~6단계의 행정절차를 수시간 만에 마무리 짓고 은행업무 마감 2분 전인 5시58분에 가까스로 20억원 입금을 마쳤다.

이날 이뤄진 행정절차만 군수 명의의 수정협약 체결→감사부서에 대한 일상감사 요청→감사 승인→재무부서 지급 결의→지급 명령→군 금고 입금까지 사업, 감사, 재무 등 3개 부서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했다.

지자체 관계자들은 “일상감사 과정 1개만 보더라도 수일, 최대 7일이 걸리는 게 일반적”이라며 “당시 이뤄진 행태는 통상적이지 않으며, 특별한 사정이나 지시가 있는 경우라야 가능한 행태로 봐야 한다”고 했다.

박봉균 양양군의원은 “지방의원이 1인 시위까지 벌이며 지원을 만류했지만, 재정 보고 마지막 날 하루 만에 지원을 마무리해 결국 20억원의 막대한 재정 손실을 끼쳤다는 사실은 어떤 이유로든 수긍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편 양양군의 태도와 달리 국토교통부는 소비자 피해구제 등을 외면한 플라이강원의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는 등 크게 대조적이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5월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플라이강원, 먹튀 말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플라이강원은 회생 신청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물론, 심지어 회생 신청을 하기로 한 당일 아침까지도 예약금을 받아 챙겼다”며 “악질적인 사기행위”라고 주장했다.

양양군 관계자는 “5월15일이 업체의 분기보고서 마감 시한인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며 당시 행정절차대로 지급이 이뤄졌을 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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