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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엔 오징어 사라지고 농촌엔 해충' 농·어촌 기후위기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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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어획량 감소 올해도 이어져
돌발해충 급증 이어지는 농민 피해

강릉시 주문진항 물양장에 갓 잡아 온 많은 양의 복어가 풍어를 이루고 있다. 강릉=권태명기자

속보=해수면 온도 상승과 겨울철 이상고온 현상이 반복(본보 지난 12일자 4면, 13일자 5면 보도)되면서 강원특별자치도의 주력 산업인 농·어업에 비상이 걸렸다.

동해안 겨울철 대표 어종인 오징어와 도루묵은 지구 온난화와 유생수 감소 여파로 자취를 감췄고, 농업은 겨울철 따뜻한 날씨로 인해 병해충이 급증하고 있다. 양양 등 도내 동해안 대표어종인 도루묵은 최근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강원특별자치도가 긴급 대응에 나섰다.

오징어의 빈자리를 복어가 채우면서 동해안 겨울철 어판장 풍경은 이미 변했다. 13일 찾은 강릉시 주문진항 일대 곳곳에는 복어가 수북이 쌓여있었다. 반면 오징어는 아예 찾아볼 수 없었다. 오징어 어획량 감소가 올해도 이어지며 어민들은 오징어 대신 복어를 잡아다 팔고 있었다. 30년 경력의 어업인 김승옥(75)씨는 "몇 년전부터 오징어가 안잡히기는 했지만 이제는 진짜 씨가 말랐다"며 "오징어 배를 처분하는 어업인들이 늘고 있는데 올해까지만 하고 오징어 잡이를 그만둬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농업 역시 위기를 맞았다. 돌발해충을 비롯, 각종 식물 병해충 피해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강원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올해 발생한 돌발해충 피해 규모는 1784.7㏊로, 2019년 509㏊의 약 3.5배를 기록했다. 기술원은 미국선녀벌레, 꽃매미, 갈색날개매미충 등 겨울이 따뜻할 경우 살아서 농번기까지 번식하는 개체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농민들 역시 울상을 짓고 있다. 춘천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이모(49)씨는 "매년 돌발해충이 늘고 심하면 나무가 고사하는 경우도 있다"며 "올 겨울들어서도 따뜻한 날씨가 이어져 내년이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재홍 강원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 병해충연구팀장은 "겨울이 따뜻해지면서 돌발해충 개체수가 증가하고 있어 추이를 모니터링 중"이라고 말했다.

이충일 강릉원주대 해양생태환경학과 교수는 "10여 년전부터 오징어 유생 수가 크게 감소하고 오징어 어장 분포도가 변화했다"며 "어민들의 생계와 오징어 보전을 위해 다양한 측면에서 어획량 감소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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