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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주경기장 설계한 세계적 건축가, 인구 8천 시골 찾아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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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자치시대, 글로벌 리포트-日 히가시카와(7·完)
도쿄 국립경기장 설계 쿠마 켄고-마을과 협업 국제대회 개최
고향사랑기부 年 110억, 마을 카드 사용자는 인구 11배 넘어
경관조례 지정 마을 풍경·전통 보존…관계인구 확대 주력

◇히가시카와 초등학교에서 바라본 마을 풍경. 바위 모형의 조형물은 한화 10억원을 호가하는 예술품으로 고향사랑기부금으로 구입했다. 권태명기자

쿠마 켄고는 2021 도쿄올림픽의 주무대인 도쿄국립경기장을 설계한 일본 최고의 건축가 중 한 명이다.

일본 요코하마 출신인 그는 아무런 인연도 없는 홋카이도 내륙 인구 8,600여명의 작은 마을인 히가시카와정에 건축 도시 설계사무소를 두고있다.

마을의 도서관과 주민 커뮤니티센터, 보육시설까지 최근 건립된 공공시설 대부분에는 쿠마 켄고의 손길이 닿아있다.

일본은 2008년 고향사랑기부제(고향납세)를 도입, 이미 정착 단계에 접어들었으나 히가시카와정은 그중에서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휘하는 지자체다.

히가시카와가 1년에 받는 기부는 무려 110억원에 달한다. 또 마을에서만 사용 가능한 포인트 카드 이용자는 10만명으로 마을 인구의 10배도 넘는다.

작은 시골마을에 돈과 사람이 모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향사랑기부 연 110억, 마을카드 사용자 10만=히가시카와는 고향납세(우리나라의 고향사랑기부)를 통해 매년 110억원의 재원을 조달하고 있다. 고향납세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한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실적이다. 히가시카와에서는 고향납세가 아닌 ‘고향주주’라는 표현을 쓴다. 히가시카와에 투자(기부)하면 주주로 마을만들기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기부자에게는 특별주민증과 주주증이 주어지며 마을시설의 우대 이용이 가능하다. 또 매년 열리는 주주총회에 참석할 수 있고 마을 내 숙박시설을 연간 2박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기부에 대한 답례로 통상 특산품 등의 현물을 제공하는 타 지자체와 달리 마을 방문을 유도하는 정책을 펴 호응을 얻고있다. 히가시카와정은 2017년 11월 HUC(Higashikawa Universal Card)를 출시했다. 마을내 100여개 점포에서 사용 시 마일리지를 적립하고 각종 할인 이벤트에도 참여할 수 있다. 현재 이 카드의 사용자는 10만명에 달한다. 마을 인구의 11배 이상이다. 주민들은 물론 마을의 두터운 팬층, 이른바 ‘관계인구’를 다수 확보한 ‘히가시카와 스타일’ 이 주효한 것이다.

◇히가시카와 주민 커뮤니티센터에 전시된 카메라와 지역특산품인 가구가 전시돼있다. 카메라는 히가시카와에서 열리는 각종 사진대회 참가자들이 기부했다. 권태명기자

■세계적 건축가와 시골마을의 협업=히가시카와정과 세계적 건축가 쿠마 켄고는 매년 국제 대회인 ‘쿠마 켄고&히가시카와정 KAGU 디자인대회’를 열고 있다. 목재를 이용한 가구산업은 히가시카와의 주력 산업이다. 일본 5대 가구로 꼽히는 아사히카와 가구의 30%를 히가시카와정에서 생산하고 있다.

ʻ건축과 가구가 만들어내는 풍요로운 생활ʼ을 목표로 가구를 생활 속에 접목하려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가구(家具)’의 개념을 확장해 단순한 산업을 뛰어넘어 마을의 정체성으로 삼은 것이다. 셀렙인 쿠마 켄고의 합류로 히가시카와의 가구와 목재는 전국적인 브랜드로 성장했다.

쿠마 켄고는 어떻게 인구 8,600여명의 시골마을에 사무실을 차리고 마을과 협업하게 됐을까. 쿠마 켄고는 히가시카와에 아무런 연고도 없었다. 코로나19 유행 시기 쿠마 켄고는 ‘여유로운 공간의 마을’로 대표되는 이른 바 ‘히가시카와 스타일’에 대한 얘기를 듣고 무작정 마을을 찾았다. 히가시카와의 매력에 빠진 쿠마 켄고는 먼저 마을에 협업을 제안했다. 마을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고민하고 외부와의 교류, 관계인구를 중시하는 정책과 주민들의 의지에 매료된 것이다.

■경관·전통 지키며 성장=전국에서 가장 사진이 예쁘게 나오는 마을로 알려진 히가시카와는 아름다운 경관을 지키기 위해 2002년 독특한 조례를 제정, 지금까지 시행하고 있다. ‘히가시카와풍 주택설계지침’을 통해 경관과 풍경에서도 마을의 고유한 스타일을 지키고 있다

조례에 따라 집을 지으려면 자재는 가능한 한 목재를 사용하고 정원에는 나무를 심고 잔디를 깔아야 한다. 지붕은 삼각형이어야 한다. 외벽의 색깔도 재한라고 있다. 난방을 위해 집집마다 설치한 등유탱크 역시 가리도록 조례에 정하고 있다. 마을과 건축주는 주택 신축 시 이같은 내용을 토대로 한 경관협정을 체결한다. 조례는 권장사항일 뿐 강제성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주민들은 대부분 사회적 합의에 따라 조례를 준수한다. 만약 히가시카와풍 주택설계지침을 어기는 경우 마을 공무원들이 여러 차례 찾아가 설득을 거듭하며 마을의 전통과 경관을 지키고 있다.

본 기사는 강원특별자치도 지역 언론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 받아 취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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