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근로방식·시간, 시대 변화 맞추어 대폭 개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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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연장 근로 주 단위로 계산'' 판결
획일적이고 경직된 근무 형태 변화 줘야
일할 시간과 조건을 스스로 선택하게 만들 때

한 주에 일한 시간이 52시간을 넘지 않으면 하루 이틀 밤샘 근무를 하더라도 위법이 아니라는 최근 대법원 판단이 나오자 경영계와 노동계 간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경영계는 탄력적인 인력 운용이 가능해질 수 있어 환영하는 분위기이지만, 노동계는 “노동자 건강권이 침해받을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법정근로시간은 1일 8시간, 주 40시간이다. 여기에 최대 12시간까지 연장 근로가 가능해 주당 총 52시간까지 근로를 할 수 있지만 그동안 주 단위가 아닌 일일 8시간을 넘기는 것이 법 위반인지 여부를 두고 해석이 분분했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연장 근로를 주 단위로 계산해야 한다는 첫 결정이다. 주 52시간제는 장시간 노동의 폐해를 줄이려는 취지로 2018년 도입됐다. 일과 휴식의 균형에 대한 인식 변화 등이 더해져 근로시간 단축에 일정 부분 효과를 본 것은 사실이나 업종, 근무 형태를 가리지 않는 획일적이고 경직된 규제 탓에 산업 현장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연장 근로를 더 해서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근로자들은 경제적 손실을 호소했고, 특정 기간에 일감이 몰리는 정보기술(IT) 업체나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들의 고통도 컸다. 여기에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재택·원격근무의 필요성이 확대됐다. 또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 각종 스마트기기의 보급이 일반화되면서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분명한 점은 일과 가정의 양립을 통한 생산성 제고라는 시대적 요청과 더불어 근로방식·시간은 이제 시대 변화에 맞게 대폭 개선돼야 한다. 경직된 근로시간은 기업 경쟁력을 갉아먹는 주범 중 하나로 꼽혀 왔기 때문이다. 관건은 어떻게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느냐다. 우리나라의 근로시간은 국제기준으로 보면 긴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급격한 노동시간 유연화는 노동계의 주장대로 건강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고, 일방 통행식 연공형 임금체계 개편은 문제 있다는 견해도 일견 타당하다.

변화하는 근로 환경에 따른 제도 개선 요구와 이해 당사자인 노동계의 반발 사이에서 정부가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대화가 필수다. 유연근무제가 확산되는 등 파격적인 근무 형태가 나타나는 등 격변의 시기에 과거의 노동집약적인 산업화 시대에 맞춘 제도를 고수하는 것은 경영계나 노동계 모두에게 현명하지 못한 처사다.

즉, 기업이나 사업장에 가장 적합한 근무방식은 무엇인지 고민해 나가야 할 때다. 경영계와 노동계가 근로시간을 일도양단식으로 해석할 게 아니라 폭넓게 고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오히려 생산성을 높여 나갈 수 있다. 다만 주 52시간제 개편을 악용해 저임금으로 장기간 노동을 시키거나 근로자의 건강을 도외시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철저한 감독이 뒤따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일할 시간과 조건을 스스로 선택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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