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日노토반도 쓰나미 덮치기 9초전 할머니 구조한 운전자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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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 사망자 200명 넘어…피난생활 도중 6명 숨져

◇일본 혼슈 중부 이시카와현 노토반도 스즈시에서 9일 소방관들이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다.(스즈 교도·AP=연합뉴스)

속보=새해 첫날인 일본 혼슈 중부 이시카와현 노토(能登)반도에서 발생한 규모 7.6의 강진으로 9일 현재까지 사망자가 200명을 넘어섰다. 부상자 수는 전날과 같은 565명으로 집계됐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시카와현 당국은 이날 오후 2시 기준으로 노토반도 강진 사망자가 202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지역별 사망자 수는 스즈(珠洲)시 91명, 와지마(輪島)시 81명, 아나미즈마치(穴水町) 20명, 나나오(七尾)시 5명 등이다.

최근 노토반도 북동쪽에 있는 스즈시에서 사망자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추세다.

사망자 가운데 6명은 피난 생활 도중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에서는 장기 피난 생활에 따른 지병 악화와 피로, 정신적 스트레스로 사망하는 사례를 '재해 관련사'로 분류한다.

교도통신은 "이번 지진에서 재해 관련사가 확인된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2016년 구마모토 지진 사망자 276명 중 재해 관련 사망자는 221명으로 붕괴한 건물에 깔려 숨지는 등 직접 피해에 의한 사망자보다 훨씬 많았다.

안전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연락 두절' 주민 수는 102명으로 전날 323명보다 크게 줄었다.

수색 작업이 속도를 내고 일부 지역 통신 서비스가 복구된 데 따라 안전 여부가 확인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도 이시카와현은 일부 지역이 정전·단수, 통신 두절 등을 겪고 있고, 고립 지역도 적지 않다.

◇지난 1일 규모 7.6의 강진 피해를 본 일본 이시카와현 와지마 시내에서 경찰과 구조대원들이 실종자를 찾고 있다. [와지마 AP=연합뉴스]

현지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이날 이시카와현에서는 1만5천 가구에 전기가 끊긴 상태다. 도로가 끊겨 접근이 어려운 고립지의 주민도 3천100명 수준으로 파악됐다.

이시카와현에서 피난 생활을 하는 주민은 2만6천여 명 달한다.

적지 않은 피난민이 지정 피난소가 아닌 비닐하우스 등 열악한 환경에 머물면서 어려움을 겪자 일본 정부와 이시카와현 당국은 이들을 노토반도 밖으로 옮기는 '2차 피난'도 추진하고 있다.

일본 경찰은 강진 직후 대규모 화재가 발생한 와지마 아침시장에 약 100명을 투입해 화재 원인 등을 규명하기 위한 수사에 착수했다.

일본 정부는 이날 각의(국무회의)에서 노토반도 강진 피해 지역 지원을 위해 예비비 47억3천790만엔(약 433억원)을 지출하기로 결정했다고 NHK가 전했다.

아울러 강진 피해 지역에 파견한 자위대원 인력을 약 6천100명에서 약 6천300명으로 늘렸다.

농림수산성은 이번 강진으로 이시카와현에서 침몰하거나 뒤집힌 배가 120여 척에 이르고, 어항(漁港) 69곳 중 50곳에서 방파제나 접안 시설 등이 피해를 봤다고 발표했다.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반도에서 규모 7.6의 강진이 발생한 지 일주일째인 8일 소방관들이 눈으로 덮인 잔해 속에서 생존자를 찾고 있다. [스즈 AFP·지지=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노토반도 재해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강진 발생 이후 처음으로 이르면 13일 이시카와현을 찾아 피난 상황과 복구 전망 등을 파악하고, 지역 주민과 지자체 관계자를 만나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이시카와현 재해대책본부 회의에 온라인으로 참여해 "생활 환경 개선을 전력으로 추진하겠다"며 "평온한 생활을 되찾을 수 있도록 재해 지역에 다가가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강진 발생 당시 한 남성 운전자가 쓰나미(지진해일) 위험을 감수하고 길을 가던 할머니를 구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민영 방송사 네트워크 ANN 등에 따르면 강진 당시 노토반도 북동부 해안 지역 주택가를 지나던 한 남성 운전자는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걸어가던 할머니를 발견한 후 차에 태웠고, 이후 9초 만에 쓰나미가 마을을 덮쳤다.

차량 내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이 운전자는 처음에는 할머니를 지나쳤으나, 다시 할머니에게 돌아가 "지진이 발생했다. (안전한) 위쪽으로 올라가지 않는가"라고 물었다.

이어 할머니에게 자동차에 탈 것을 재촉했고, 할머니가 탑승해 "무슨 일인가"라고 묻자 "모두가 벌써 위로 올라갔다"고 다급한 목소리로 설명했다.

◇지난 2일 이시카와현 와지마시의 한 비닐하우스에 모여 피난생활 중인 주민들. [도쿄 교도=연합뉴스]

두 사람의 대화가 끝나자마자 쓰나미가 굉음과 함께 몰려왔고, 차량은 간발의 차로 대피에 성공했다고 ANN은 전했다.

영상을 접한 네티즌들은 "자기 몸도 위험한데, 할머니를 구하러 돌아왔다니 존경", "전혀 모르는 사람을 먼저 돕다니 존경스럽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안타까운 사연도 알려졌다.

이시카와현 가나자와시 요양시설 직원인 50대 남성 데라모토 나오유키 씨는 새해 첫날을 보내기 위해 노토반도 아나미즈마치(穴水町) 처가로 갔던 가족을 모두 잃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데라모토 씨는 강진 당일 근무 때문에 가나자와에 있었으나, 산사태가 덮친 처가에 있던 부인과 아들 3명, 딸 1명, 장인과 장모, 친척 3명 등 10명은 사망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그는 강진이 발생한 직후 가족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연결되지 않았고, 뉴스를 통해 처가 지붕이 무너진 것을 확인했다.

노토반도 도로 곳곳이 끊긴 탓에 지난 5일 뒤늦게 사고 현장에 도착해 구조 작업을 지켜봤지만, 가족은 모두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데라모토 씨는 취재진에 "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라며 "이 지진이 나쁘다"라고 흐느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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