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소설 속 강원도]노름꾼 김삼보와 정조를 파는 안협집의 처절한 삶의 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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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나도향 ‘뽕''

◇‘뽕''이 실린 나도향 단편선.

스물다섯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나도향은 우리 문학사에서 천재작가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가 남긴 소설은 1920년대 우리의 문학사에 있어 대표적인 작품들로 분류된다. 나도향의 후기 사실주의를 대표하는 ‘벙어리 삼룡이’와 ‘물레방아’, ‘뽕’ 등을 그의 대표작으로 꼽는데, 이번에 소개할 소설이 바로 ‘뽕’이다.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인 1925년 12월 ‘개벽’ 64호를 통해 발표한 단편이다. 물론 강원도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작품이다. 나도향의 작품 중 이 코너에서 먼저 소개한 ‘지형근’과 같이 철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사실 소설 ‘뽕’의 문학적 성과만 놓고 본다면 비치는 모습에 있어서는 억울한 측면이 많다. 1986년 이대근, 이미숙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사람들의 머릿 속에 에로 영화의 고전처럼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물론 이미숙이 이 영화로 아시아-태평양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지만 영화의 흥행 이후 시리즈가 더해지면서 그저 그런 야한 영화로 인식되고 있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소설의 배경은 강원도 철원 용담마을이다. 재미있는 점은 용담마을이 상허 이태준 선생의 고향이라는 점이다. 나도향이 아무 연고도 없는 철원의 지명을 소설 속에 등장시킨 것을 두고, 많은 전문가는 두 사람의 친분이 영향을 끼친 것 아니냐는 분석들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노름꾼 김삼보와 안협집이라 부르는 내외가 소설의 주인공이다. 영화에서는 삼보가 독립운동가라는 설정으로 나오는데 소설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이게 얼마나 난센스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소설의 줄거리는 이렇다. 찢어지게 가난한 살림을 살고 있는 김삼보의 집안은 대책이 없다. 김삼보는 노름판을 전전하느라 밥 먹듯이 집을 비우고, 안협집은 반반한 생김새에 정조 관념도 그리 투철하지 않으니 정조를 주고 음식이나 돈 몇 푼 받는 일쯤은 아무 것도 아니다. 하지만 뒷집 머슴 삼돌이에게만큼은 단호하다. 누에를 치는 주인집 노파의 말에 도둑 뽕을 지러가는 삼돌이와 동행이 된 안협집은 겁탈을 당할 뻔하지만, 모면한다. 하지만 소문은 소문대로 퍼졌고, 삼돌이와 엮인 게 분했던 안협집은 주인집 마누라를 찾아가 삼돌이를 내쫓으라고 꾀지만, 그것도 녹록지 않다. 남편 삼보에게서는 핀잔만이 돌아온다. 그러다 부부싸움으로 변하고 삼돌이와의 싸움으로 번지더니 죽도록 맞는 처지가 된 삼보. 삼보는 분을 삭이지 못하고 안협댁을 짓밟는다. 급기야 기절한 안협댁을 보고 겁이 덜컥 난 삼보는 의원에게 약을 지어 바치지만 안협댁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그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또 다른 일상은 시작된다. 소설은 가난으로 인해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인간들의 도덕의식 와해 등이 작품의 주제를 이루고 있다. 무지한 주인공들이 가난의 근원을 깨닫지 못하고 살아가는 손쉬운 수단으로서 성과 본능에만 탐닉하는 모습을 작가는 객관적인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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