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지·구·소·책]쓰레기의 변신은 무죄…정크아트로 실천하는 지구사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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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소책팀이 지난달 20일 춘천시 공지천 일대에서 주운 쓰레기로 정크 아트 챌린지 시도하고 있다. 쓰레기로 20L 종량제 봉투를 꽉 채우는데 걸린 시간은 단 30분이었다. 신세희기자
지구소책팀이 지난달 20일 춘천시 공지천 일대에서 정크 아트 챌린지를 위해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쓰레기로 20L 종량제 봉투를 가득 채우는데 걸린 시간은 단 30분이었다. 신세희기자

내가 주운 쓰레기가 작품의 일부가 된다면 어떨까? 쓰레기를 대하는 마음이 조금은 달라질지도 모른다.

최근 MZ세대 환경운동가들 사이에는 '플로깅&정크아트' 챌린지가 인기다. 기존 플로깅이 산책 혹은 조깅, 등산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활동이라면, 유행하는 챌린지는 모은 쓰레기로 그림이나 글자 같은 작품을 만드는 단계가 추가된 것이 특징이다. 완성된 작품은 인증샷을 찍어 SNS에 공유하고, 쓰레기는 다시 회수해 분리수거 한다.

단순한 '쓰레기 줍기'에서 벗어나 재미와 미적 요소를 더한 MZ세대만의 특별한 '지구 사랑법'인 셈이다. 백문이 불어일견이라고 했던가. 취재진도 직접 쓰레기봉투와 집게를 챙겨들고 인근 공원으로 나가봤다.

낮 최고기온이 영하 3도, 최저기온이 영하 14도를 기록한 날이었다. 목도리와 장갑으로 중무장한 취재진은 매의 눈을 뜨고 산책로를 걷기 시작했다. 입구부터 수북히 쌓인 담배꽁초가 취재진을 맞았다. 몇 걸음 못 가 수풀에 걸린 에너지드링크 병과 생수통을 건져냈다. 물티슈, 일회용컵, 영수증, 정체모를 천, 부서진 안전모 같은 것들이 숨바꼭질하듯 숨이있었다. 매일 아침마다 어르신들이 환경정화 활동을 벌이는 구역인 만큼, 수거할 쓰레기가 없을 것을 우려했지만 오산이었다.

마구잡이로 버려진 쓰레기들을 보며 튀어나오는 한숨을 막을 순 없었지만, 그것들을 주워담는 취재진의 반응은 평소와 다른 구석이 있었다. "이거 점퍼 모자 부분인 거 같은데, 하트 아랫부분으로 쓰면 좋겠어요", "컵 슬리브로 테두리를 그릴까요?" 뒤이어 만들 '정크아트'를 생각하며 쓰레기를 모으다 보니 20ℓ 용량의 종량제봉투는 불과 30분이 되지 않아 가득 찼다.

정크 아트 챌린지에 쓰일 쓰레기들. 다양한 쓰레기들이 곳곳에 버려졌다. 신세희기자
지구소책팀이 지난달 20일 춘천시 공지천 일대에서 주운 쓰레기로 정크 아트 챌린지 시도하고 있다. 쓰레기로 20L 종량제 봉투를 꽉 채우는데 걸린 시간은 단 30분이었다. 신세희기자

묵직해진 봉투를 들고 취재진은 정크아트를 만들 장소를 물색했다. 조건은 평평하고, 최대한 바람이 덜 드는 장소일 것. 애써 만들어놓은 작품이 바람에 날아가버리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무엇을 만들 것인가를 두고도 한참 머리를 맞댔다. '플로깅&정크아트'를 하는 활동가들은 깃발처럼 단체를 상징하는 모양을 만들기도 하고, 의미있는 문구를 쓰기도, 장소와 연관되는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취재진은 지구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하트'를 표현해보기로 했다.

쓰레기로 아트를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어렸을 적 칠교놀이를 하던 것처럼, 쓰레기의 모양을 고려해 하나하나 위치를 잡아갔다. 후드 모자로 하트 아랫 부분을 만들고 쓰레기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빈 페트병, 플라스틱 컵 등으로 윤곽을 그렸다. 과자봉지, 휴지, 담배갑은 하트 내부를 채우는 물감이 됐다.

삐뚤빼뚤 완성된 하트를 배경 삼아 인증샷을 남겼다. 쓰레기로 그려진 작품을 바라보고 있자니 뿌듯함과 걱정이 이리저리 뒤섞였다. 쓰레기는 아름답지 않았지만, 어떻게든 사람들의 관심과 동참을 유도하려는 활동가들의 마음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뒤섞인 마음을 정리하듯 하트를 흐트러뜨려 종량제 봉투에 쓸어담았다. 플로깅도 정크아트도 없는, 깨끗한 자연이 그 자체로 작품이 될 미래를 그리며 매듭을 묶었다.

정크 아트 챌린지에 사용된 쓰레기는 소각용과 재활용으로 분류한 후 쓰레기통에 버렸다. 신세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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