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유병욱의 정치칼럼]민주당은 이광재를 어찌할 것인가

총선 출마지 당에 맡겼으나 아직 불투명
노무현 사위와 경쟁 어려워 종로 불출마
유력 후보지 세종갑도 이해찬 측근 부상
민주당, 지선 희생한 이광재에 기회줘야

유병욱 서울본부장

강원도지사를 지낸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의 4월 총선 출마지가 오리무중이다. 지난해 12월 28일 정치 일선 복귀를 밝힌 그는 총선 출마지역에 대해 당에서 정해주는 곳으로 가겠다고 밝혔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가시적으로 드러난 것이 없다.

그 사이 이 전 총장은 유력 출마지로 거론되던 종로에서의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곳의 지역위원장인 곽상언 변호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이었던 탓이다. 그러나 그는 종로 불출마 선언으로 많은 질타를 받았다. 정치적 상징성이 있는 종로에서 승부를 봤어야 하는데 왜 포기했느냐는 것이 주된 지적이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사석에서 만난 이 전 총장은 종로 불출마에 대해 이렇게 고백했다. “정치가 아무리 냉혹하다고 하지만, 그래도 해야 할 것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는 것 아니냐.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돌아가신 직후 한달 가까이 봉화마을에서 가족들과 먹고 자고 했다. 누구보다 그분들의 상황을 잘 아는 내가 어떻게 (곽 변호사와) 경쟁하겠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 전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리웠던 이광재 입장에서 그 가족과의 경쟁은 ‘사람의 도리’ 문제였던 셈이다.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

여의도에서는 이런 그의 결정에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이광재와 곽상언의 인지도나 당선 가능성을 따져보더라도 이광재가 훨씬 우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내려놨기 때문이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이 전 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쉽지 않은 결정을 했다”라면서 위로했다고 한다.

이후 그의 출마지로 급부상한 곳이 ‘세종갑’이었다. 민주당 홍성국 국회의원이 불출마하기로 하면서 당에서 전략선거구로 묶어놓은 곳이다. 이광재가 세종갑에서 언급되는 이유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시작한 국가균형발전을 그 측근인 이광재가 완성시킨다는 명분이 있어서다. 특히, 국회 사무총장 시절 국회의 세종 이전 예산을 확보하는 등 행정수도 완성에 노력을 기울이다 보니 충청 쪽 언론에서는 이광재의 전략공천을 유력하게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광재가 아닌 이강진 전 세종 부시장이 세종갑에서 전략공천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난주부터 쏟아졌다. 실제로 이강진은 당초 ‘세종을’ 지역구에 예비후보 등록까지 마쳤다가, 지난주 갑자기 세종갑으로 옮겼다. 중앙당의 권유로 지역구를 바꿨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민주당에서는 아니라고 밝혔지만, 이강진의 말에 힘이 실리는 이유는 그가 이해찬 전 대표의 보좌관 출신이기 때문이다. 세종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7선 중진이면서 이재명 대표의 멘토로 알려진 이해찬 전 대표가 이강진을 밀고 있다면 이광재의 세종갑 출마도 어려운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2022년 당시 강원도지사 선거에 차출됐던 이광재 전 국회의원이 선거운동하는 모습

이렇게 되면서 이광재의 출마지는 더 복잡해졌다. 민주당 주변에서는 국민의힘 안철수 전 대표가 있는 분당갑으로 보낼 것이라는 소문부터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 출마설과 철원 출신 우상호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서대문갑 얘기도 나왔다. 종로의 곽상언 변호사를 다른 곳으로 옮기고 이광재를 공천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그려졌고 수도권에서는 공천이 어려워 강원지역으로 다시 보내질 수도 있다는 ‘말도 안 되는’ 설까지 떠다니고 있다.

이제 막 공천심사에 들어간 민주당 입장에서는 지금 시점에서 이 전 총장의 출마지를 결정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만, 지역에서 우려하는 것은 이 전 총장이 갖가지 소문에만 휘말리다가 지난 지방선거 때처럼 또다시 희생양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점이다. 현역 국회의원이었던 그가 당의 강력한 요구로 강원도지사 후보로 나갔다가 피투성이 패장이 돼 돌아왔던 그 기억이 도민들에게는 선명히 남아있다. 만약 그가 당시 당의 요구를 나 몰라라 했다면 지금처럼 난감한 상황에 처해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당사

이제는 민주당이 공당으로서의 책임성을 보여줘야 할 때다. 3선을 한 이광재가 단순히 국회의원 한 번 더 하려고 했다면 당에 출마지를 맡기지도 않았다. 그런 만큼 민주당은 그에게 최소한 지방선거의 희생을 딛고 이번 총선에서 이광재다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수도권 승부처에서 기회를 만들어 줘야 한다. 당을 위해서도 그렇고 그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그렇다. 이광재도 강원도의 중요한 자산이다. 도민들이 민주당의 선택을 지켜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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