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소한과 대한 사이에서 영상·영하의 경계를 오가며 약한 모습을 보이던 날씨가 대한을 지나자마자 제대로 짜증을 냈다. 갑자기 영하 20여도 안팎을 넘나들며 오기를 부리고 있다. 사람들은 놀라 저마다 패딩점퍼에 목도리를 감은 채 종종걸음을 친다. 가뜩이나 중동 쪽에서 들려오는 전쟁 소식에 겹쳐 북한 미사일 발사 소식에 더 춥다. 어디 그뿐이랴. 민생을 팽개친 정치권의 이전투구 소식에 봄은 애써 뒷걸음 치는 느낌이다. 그래도 주위에서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2024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이 잘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몰려드는 관광객 덕분에 그곳 소상공인들은 좀 숨통이 트였다는 소식, 화천 산천어축제, 홍천강 꽁꽁축제 등 겨울축제에 사람이 많이 찾아와 모처럼 지역민들이 사람 사는 것 같다는 소식 등.
그러나 대부분의 민생현장은 찬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우리 이웃인 소상공인의 삶터가 더 춥다. 코로나19 이후 좀 풀리려나 기대했다. 그러나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와 인건비 등에 소상공인들은 기가 팍 질렸다. 여기에 코로나 시기에 받았던 금융채무 상환 부담은 높아진 금리만큼이나 부담이 더 커졌다. 카페, 미용실 등 일부 업종의 경우 코로나를 겪고 나서 은퇴한 중년층과 취업이 여의치 않은 청년층 창업이 크게 늘어난 것도 심각한 문제다. 견디다 못해 일부 소상공인들은 개업한 지 1년도 채 안 되어 휴·폐업하는 실정이다. 이들이 감당하던 대출금 상환이 어려워 개인회생, 신용회복 등 채무조정 창구에 줄을 잇고 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일부에서 높아진 금리로 발생한 이자 일부를 돌려준다는 소식이다. 대표적으로 춘천시에서는 올해부터 우리 미소금융을 지원받은 저신용·저소득 소상공인들에게 이자 중 일정금액을 캐시백 형태로 지원하고 있다. 비록 금액은 적지만 시의적절한 지원책이 아닐 수 없다. 오는 2~3월에는 은행권에서도 높아진 금리로 지원했던 이자 중 일부를 캐시백 형태로 지원해준다는 소식도 들린다. 일정대로 차질 없이 시행되기를 바란다. 여기에 덧붙여 코로나 시기에 지원했던 금융권 자금 중 상환기일이 도래한 자금도 일정 부분 과감한 연기와 금리도 낮추어주는 정책을 강도 높게 추진해주었으면 한다. 지금 일부 다중채무를 부담하는 소상공인 중 채무조정으로 가서는 안 될 분이 많기 때문이다.
아울러 소상공인 민생현장에 활력을 불어넣도록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높일 수 있는 처방이 필요해 보인다. 월급생활자들의 경우 현재 시행 중인 신용카드 사용액 공제 등 외에 소상공인 물건이나 서비스 구매 시 연말정산에 보탬이 되도록 획기적이고 특별한 세제상 유인책을 시행하는 것 등이다. 그리고 휴·폐업한 소상공인들의 재기를 돕기 위한 실질적인 취업 지원 또는 채용지원책도 필요해 보인다. 예를 들면 폐업한 사업자를 근로자로 채용 시 해당 업체에 일정 부분 인건비를 지원하는 형태 등이다. 좀 있으면 입춘이고 곧 봄을 맞을 채비를 하는 환절기다. 봄을 봄답게 맞기 위해서는 환절기를 잘 넘겨야 한다. 어찌 됐든 올해도 봄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