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의 선율을 이끌어가는 독보적인 존재감. 채수호 바이올리니스트는 강릉시립교향악단에서 바이올린 같은 존재다. 강릉시립교향악단이 창단 멤버로 올해로 32년째 강릉시향 무대에 서고 있는 채 바이올리니스트는 존재만으로 동료들의 버팀목이 된다.
“대학 은사님의 권유로 1992년 강릉시립교향악단 창단 멤버로 합류하게 됐어요. 강릉시향의 음악은 절제된 선율 속 역동적인 힘을 갖추고 있는 게 특징이죠. 단순히 소리를 내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음악을 즐기며, 무대에 녹아드는 단원들과 함께 바이올린을 잡은 지 벌써 수십 년이네요.”
인생의 대부분을 바이올린과 함께 한 채 바이올리니스트. 그가 생각하는 익숙하고도 낯선 클래식 세계의 매력을 물었다.
“오케스트라 무대는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음으로 표현한 시청각 예술이에요. 바이올린은 그 서사를 이끌어 가는 악기고요. 누구나 알고, 쉽게 접할 수 있는 악기지만 사실 바이올리은 알면 알수록 어려운 악기예요. 그래서 여전히 모든 무대가 떨리고, 매 무대마다 감회가 새로워요.”
지난 27일 강릉아트센터에 울려 퍼진 국립오페라단의 아리아. 유려한 연기를 펼치는 오페라 단원 뒤에는 묵묵히 무대를 이끌어 가는 강릉시립교향악단이 있었다.
“연주회에서 오케스트라의 색깔과 기량을 드러내 데 중점을 둔다면, 협연 무대에서는 교감과 호흡에 중점을 두죠. 이번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 기념 공연을 앞두고는 오페라 곡이 요구하는 선율이 무엇인지에 집중했죠. 상대가 최대한 편안한 음악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고자 했어요”
이미 해외 다수의 무대에 오른 강릉시립교향악단이지만, 강릉에서 전 세계 관객을 만나는 무대는 의미가 남달랐다.
“강릉시립교향악단의 음악은 강릉 문화의 위상을 알리는 데 큰 몫을 차지하고 있어요. 강원2024는 전 세계인에게 강릉의 멋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죠. 강릉을 찾은 방문객들에게 강릉시향의 음악이 예향의 도시 강릉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마중물이 되길 바랍니다.”
인터뷰의 시작, 그는 자신을 바이올린 연주자라 소개했다. 하지만 후배들의 든든한 선배이자 지역 문화예술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예술인으로서 그의 어깨는 늘 무겁다.
“강릉시향에는 바이올린 단원만 20명이 있는데 그들을 후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동료로서 각 단원의 음악을 존중하려 하죠. 다만 가장 오래 활동해 온 단원이다 보니 부담과 사명을 느낄 뿐이에요. 클래식의 입지가 날로 좁아지는 상황에서 젊은 음악인들에게 조금이나마 나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올해를 마지막으로 강릉시향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는 채 바이올리니스트. 그의 다음 행보를 물었다.
“음악은 무엇보다 연주자가 즐거워야 해요. 2000년 지역 음악인 동료들과 ‘동해아트챔보오케스트라’를 창단해 지휘를 맡고 있어요. 강릉시향의 무대에서 내려 온 후에도 다양한 무대를 통해 계속 음악의 즐거움을 전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