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강원2024, 문화를 만나다]⑥김근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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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2024 성공개최 일환 문화프로그램, 5대륙발달장애작가들과 김근태展
오는 2월 1일까지 강릉아트센터 “모두가 문화로 치유되길”

◇김근태 작가

하나가 된 인류, 함께 즐기는 축제의 장은 올림픽이 가진 이념이자, 김근태 작가의 신념이기도 하다. 인종과 성별, 장애와 비장애 구분 없이 최대한 모두가 어우러질 수 있도록 김 작가는 강원2024 문화프로그램의 일환으로 5대륙발달장애작가들과 김근태전을 기획했다.

“예술행위에 내재하는 평화와 치유의 힘에 주목하고, 더 나아가 시대가 나아가야 할 진취적인 가능성을 널리 알리고자 했어요. 전 세계의 발달장애 작가들이 더 안정적인 여건에서 각각의 재능을 펼치고 교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나갈 수 있기를 희망해요”

화가가 되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미대에 진학했던 김근태 작가는 대학교 2학년, 5·18광주민주화운동을 겪게 된다. 그는 시체들이 들어오면 솜으로 코와 입을 막고는 시체를 운반하는 일을 도맡았다. 매일 같이 코로, 입으로 들어오는 죽음의 냄새는 그에게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트라우마를 안겼다.

“당시에 친동생이 광주 군대에서 일하고 있었어요. 어느 날, 엄마와 저에게 27일 도청이 습격당한다는 이야기를 해줬어요. 그러니 얼른 도망치라고. 엄마는 떠났는데 저는 제 자리를 쉽게 떠날 수 없었어요. 근데 밤이 오니 너무 무서운 생각이 들었고, 결국 문을 지키던 친구와 함께 담을 넘어 도망쳤어요. 도망쳤다는 비겁함이 계속 가슴에 남아 있어요.”

◇김근태 작가님과 그의 아내 최호순씨

그 후 김 작가는 매일을 술에 의존해 살았다. 그런 그를 안타깝게 여긴 대학교수가 목포에 있는 공생재활원에 방문해볼 것을 권했다. 마지막 희망이란 생각에 아내 최호순씨와 함께 재활원으로 간 그의 삶은 놀랍게도 180도 달라졌다.

“재활원에 들어서니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움직이지 못하고 누워만 있었어요. 그 아이들의 맑은 미소에서 한 줄기 빛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작품에 담아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그 후부터 저에게 희망이 찾아왔어요.”

아이들을 작품에 담기 시작하면서 절대 지워지지 않을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아픔을 치유하고 술까지 끊기 시작한 김 작가는 공생재활원을 비롯해 소망복지관에서 미술 봉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소아마비가 있는 부식이를 만나며, ‘세계5대륙발달장애작가들과 김근태’의 전신인 ‘김근태 5대륙친구들’을 만들게 된다.

“평생을 누워서 지내야 하는 부식이가 신기하게 붓만 잡으면 정말 다른 사람처럼 느껴질 정도로 행복해했어요. 그때 이 아이들에게도 행복할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다고 생각했고, 파리에서 유네스코 전시를 했을 당시 기획자에게 그림을 좋아하는 아이들을 찾아달라고 부탁했죠.”

매일 잠도 줄여가며 작업 활동을 하던 탓에 그는 그나마 보이던 한쪽 눈 시력도 점점 잃어 가고 있다. 실명 위기에 처했지만 그의 작업은 멈추지 않는다. 기회조차 부여 받지 못한 아이들에게 한 줄기 빛과 같은 길을 만들어 주겠다는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그의 간절한 마음이 모인 이곳, 전시장은 그야말로 평화의 장이다.

“모두가 포기하지 않고,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청소년 올림픽에도 패럴청소년올림픽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발달장애 아이들에게도 스포츠에 참여할 기회를 부여해주시길 바라요. 스포츠가 문화로 확장되길 진심으로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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