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신호등]정치인의 당선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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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정 정치부 기자

“4월을 치열하게 맞이할 정치인들도 오셨는데, 여기 계신 모든 분들 다 지역구에서 당선되시길 바랍니다.”

최근 춘천의 행사장에서 축사를 하러 무대에 선 인사가 마무리로 한 발언이다. 말이 끝나자마자 곳곳에서 싱거운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현역 국회의원들이 있었고 같은 선거구에서 경쟁하는 출마자들도 대거 참석한 자리였다. 그럼 저 말은 이번 총선을 놓고 보면 말이 안 되지 않는가. 그 자리에서는 거기까지만 생각이 미쳐 약한 웃음을 보탰다. 그런데 뒤늦게 생각해보니 간절하게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모두를 향해 보내고 싶은 응원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름과 얼굴 알리기에 애쓰는 출마자들이 많다. 두 달 전 예비후보 등록을 시작하고 선거운동에 뛰어든 이들은 차 앞 유리가 꽁꽁 얼어붙은 겨울 아침에도 거리로 나서고 있다. 손을 흔드느라 팔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데 지나가는 자동차가 보내는 자그마한 경적 소리에 다시 힘을 낸단다. 선거법을 위반하지 않기 위해 피켓이 몸과 떨어지지 않도록 목에 건 채다. 출근길 인사를 마치고 선거사무소에서 잠시 몸을 녹인 후 다시 행사장에 나선다. 전화와 문자를 보내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글을 쓰고 유튜브에 영상을 올려도 본다. 저녁에는 퇴근길 인사를 해도 어두워 보이지 않으니 피켓에 조명까지 단 후보도 있다. 선거사무소 관계자들도 열심이다. 정치부에 와서야 알게 된 사실은, 예비후보를 돕는 이들이 급여를 받지 않고 시간과 노력을 쏟고 있다는 것이었다.

꿈을 실현하겠다고 절실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지금 정치를 한다는 이들도 그런 과정을 거쳤으리라. 그런데 왜 당선이 되고 시간이 흐르면 이들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민이 늘까. 지난달 강원특별자치도의원들의 의정비 인상에 대한 시민 공청회가 있었다. 찬성과 반대 의견이 팽팽하게 맞선 가운데 인상 찬성 측에서 “우리가 정치인에 대해 나쁘게 생각하는 선입견이 있지 않나 돌아봤다”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곧장 “어떤 의정활동을 했고 그 과정에서 왜 의정비가 필요한지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주민들이 동의를 할 것이 아니냐”는 반론이 있었다.

얼마 전 김지은 한국일보 기자가 쓴 책 ‘태도의 언어’를 읽었다. 저자는 정치인이 정치꾼으로 전락하는 이유가 ‘그 자리의 무게를 몰라서’임을 한 어른으로부터 배웠다고 했다. 인상적인 말이었다. 그동안 정치인과 정치꾼을 구별하려는 시도를 했는가 스스로 물으면 쉽게 답을 내리기 힘들다. 국민이 대표하라고 준 자리의 무게를 알고 일하는 사람인지, 자리에만 욕심이 있는 사람인지가 하나의 잣대가 될 수 있음을 다시 생각한다.

출마자들은 뛸 선거구가 획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과 사람들의 평가와 싸우면서도 자신의 꿈을 실현하길 바라고 있다. 이제 두 달 남짓 남은 총선, 간절한 만큼 건전한 선거운동과 철학이 담긴 정책 공약을 기다려 본다. 정치인과 정치꾼을 가려낼 힘도 키워야겠다. 다시 한번, 간절하고 공정하게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모든 이들이 당선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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