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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 ‘N수’ 광풍

N은 수학에서 어떤 수도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을 인용한 N수생은 재수생, 삼수생 등등 몇 수생인지 알 수 없을 때 쓰는 말이다. 교육정책연구단체인 ‘교육랩공공장’ 조사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전국 의대 정시 합격자 4명 중 3명은 N수생이었다. 전체 5,000여 명 중 N수생이 77.5%나 됐다. 유독 의대에 N수생이 쏠리는 건 ‘정년이 없고 연봉이 높다’는 것 때문이다. N수로 몇 년 늦게 출발해도 남는 장사라는 계산이다. ▼의대 쏠림으로 이공계 인재 양성 시스템은 이미 작동 불능 직전까지 간 상태다. 이미 여러 곳에서 빨간등이 켜지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취업이 보장된 서울 반도체학과 4곳의 2023년 정시 합격자 등록 포기율이 정원의 150%를 넘었다(서정보, 의대 정시 N수생 천하). 1차 합격자 전원이 등록을 하지 않고 추가 합격자 중에서도 절반이 포기했다는 뜻이다. 기껏 신설해 유치한 첨단학과 학생들도 1~2년 뒤면 의대로 유출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공계 꿈나무들이 진학하는 KAIST 등 4대 과학기술원과 포스텍에 다니다 자퇴한 인원이 5년간 1,105명에 이른다. 모두 의대에 진학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평범한 개원의가 3억원 버는 동안 이공계에서 성공한 박사들이 1억원이 안 되는 급여를 받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학령인구 급감에도 대학 입시에 2회 이상 도전하는 ‘N수생’ 비중이 늘어나는 기현상은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고 한다. 입시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입 수능을 치른 N수생 비율이 35.3%(17만7,942명)로 28년 만에 최대치를 찍은 데 이어 올해도 N수생이 17만5,000명이 넘고 비중은 34%로 3년째 30%대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불수능’으로 원하는 점수를 받지 못한 학생이 증가한 데다 의대 입학 정원도 크게 확대되기 때문이다. 청년들이 안정적인 직업을 찾아 한 방향으로만 몰리는 사회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리가 없다. 이는 심각한 인적자원 왜곡과 성장동력 훼손을 초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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