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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그레고리 펙 배우 남궁원씨 폐암으로 별세…향년 90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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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미남배우인 원로배우 남궁원 씨가 5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90세.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남 씨는 이날 오후 4시께 이 병원에서 노환으로 숨을 거뒀다.사진은 2016년 10월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2016 대한민국 대중문화 예술상' 시상식에 참석한 남궁원 씨. 2024.2.5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구적 외모로 한국의 '그레고리 펙'으로 불렸던 원로 영화배우 남궁원(본명 홍경일)씨가 5일 향년 90세 일기로 별세했다.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남씨는 이날 오후 4시께 이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유족은 그가 몇 년 전부터 폐암 투병을 하며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전했다.

1934년 경기 양평에서 태어난 고인은 한양대 화학공학과를 다니다 영화계에 입문했다. 한양대 재학 시절 꿈은 교수나 외교관이었다. 미국 콜로라도대 유학을 준비하던 중 모친이 자궁암 진단을 받아 치료비가 필요해지자 급한 마음에 친구의 부친인 아세아영화사 사장을 찾아가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

데뷔작은 노필 감독의 '그 밤이 다시 오면'(1958)이다. 이 영화에서 소박한 시골 선생을 연기한 그는 '혜성 같은 신인'으로 떠올랐다. 신상옥 감독이 연출한 '자매의 화원'(1959)에 출연한 걸 계기로 신 감독이 운영하던 신필름의 전속 배우가 된 그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연기를 공부하며 대배우로 성장해갈 입지를 다졌다.

특히 홍콩과의 합작 영화를 준비하던 신 감독이 그를 홍콩으로 데려간 게 본격적인 연기 수업의 시작이었다. 당시 고인은 홍콩에서 시간만 나면 극장에 찾아가 영화를 보고 배우의 연기를 메모하며 공부하듯 연기를 파고들었다고 한다. 이후 1999년 마지막 작품으로 기억되는 '애'까지 배우로서 출연한 영화가 345편에 달한다.

주요 작품으로는 '자매의 화원'(1959), '빨간 마후라'(1964) '내시'(1968), '화녀'(1971), '아이러브 마마'(1975), '피막'(1980), '가슴달린 남자'(1993) 등이 있다.

고(故) 신상옥 감독과 연이 깊어 '자매의 화원'(1959) 등 여러 작품을 함께 했다.

◇원조 미남배우인 원로배우 남궁원 씨가 5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90세.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남 씨는 이날 오후 4시께 이 병원에서 노환으로 숨을 거뒀다.사진은 2007년 6월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44회 대종상 영화제 시상식'에 참석한 남궁원 씨가 팬들에게 손을 흔드는 모습. 2024.2.5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극에도 관심을 보여 1960년대 초 '로미오와 줄리엣', '부활', '닥터 지바고' 등의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주 활동 시기였던 1960∼70년대 부일영화상 남우조연상, 청룡영화상 인기남우상, 대종상 남우주연상 등을 수상했다.

대한민국예술원 연극영화무용분과 회원, 제25대 한국영화인총연합회 회장, 한국영화배우협회 회장을 역임했고, 2015년 제5회 아름다운예술인상 공로예술인상, 2016년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노년에는 당대 함께 활동했던 배우 신영균, 프랑스에서 작고한 고(故) 윤정희·백건우 부부 등과 교분을 나눴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회의원을 지낸 홍정욱 올가니카 회장의 부친이기도 한 고인은 모범적인 가정생활에 성공적인 자녀 교육으로도 유명하다. 여기엔 고인의 아내 양춘자 씨의 내조가 큰 역할을 했다. 유족으로는 아내 양춘자, 홍 회장을 포함해 1남 2녀가 있다.

빈소는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이며 발인은 8일 오전 9시30분, 장지는 경기 포천시 광릉추모공원이다.

고인의 뜻에 따라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러지며, 조화와 부의는 받지 않는다고 유가족은 전했다.

◇'화녀'(1970)의 남궁원[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KMDb) 이미지 캡처]

한편 배우 신영균은 고인을 두고 "우리 세대에 남궁원이라고 하면 윤일봉, 신성일과 함께 최고의 미남으로 손꼽히던 배우"라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을 대표했던 배우 중 한 명이기도 했다"면서 "생긴 것처럼 연기도 멋지게 잘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1964년 한국과 홍콩 합작 영화 '달기'에 고인과 함께 출연했던 것을 언급하며 "최근까지도 아주 가깝게 지내던 사람"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고인이 배우 경력을 쌓아가며 "중후하고 무게감 있는 연기를 선보였다"면서 "한국 영화 발전에 굉장히 큰 공헌을 하신 분"이라고 했다.

또 "항상 자기 자신에게 엄격해 배우로서의 위엄과 지조를 지켜오셨다"고 전했다.

고(故) 하길종 감독의 동생으로, 남궁원과 함께 하 감독의 영화 '화분'(꽃가루) 주연을 맡은 하명중 감독은 "당대 배우 중에서도 품격과 양식이 있었던 분"이라고 고인을 떠올렸다.

하명중 감독은 고인이 수려한 외모로 주목받았지만, 연기력 역시 "섬세하고 아름다웠다"고 기억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남궁원 배우는 외모면 외모, 연기면 연기, 액션이면 액션 모든 것을 잘하는 '토털 액터'"라면서 "그처럼 여러 방면에서 모두 뛰어난 배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최고의 톱스타였지만, 사생활 역시 모범적이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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