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범구 한국화가와 전부다(전형근) 사진가는 오는 3월 8일 정선그림바위예술발전소에서 ‘겸재, 앗제와 만나다-멀리 혹은 가까이’를 주제로 세 번째 전시, 그림바위마을의 겨울편을 펼친다.
20년 전 마흔한 살 동갑내기에 생일까지 같은 두 작가는 이곳 정선에서 서로를 만났다. 이후 각자의 자리에서 작품 활동을 해오던 이 둘은 20년이 흐른 지금, 다시금 정선에서 만나 지나온 서로의 시간을 더듬는다. 그림과 사진으로 만난 이들은 각자만의 이름으로 숨 쉬기보다 자신이 흠모해 온 대상의 이름을 빌렸다. 서범구 작가는 한국화의 거장 겸재 정선(鄭敾)을, 전형근 사진가는 프랑스의 전설적인 사진작가 앗제를 지향한다는 차원에서 두 사람은 겸재와 앗제로 만나 눈에 보인 정선과 보이지 않는 정선에 대해 이야기한다.
서범구 작가는 정선의 전체적인 모습에 집중한다. 정선이 가진 특징적인 모습에 주목하고, 나무가 아닌 숲을 보며 정선의 진풍경을 선보인다. 반면에 전형근 사진가는 정선의 안쪽에 들어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의 시선은 언제나 작은 것에서 출발했다. 작디 작은 것들이 모여 정선을 이루어냈다고 믿는 그는 이미 놓쳐버렸는지도 모를 순간을 담기 위해 애쓴다. 서로 같지만, 다른 두 작가의 작품은 정선을 다각도의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더욱 그들 사이에서 겹쳐진 정선은 그 자체로 웅장한 느낌을 안긴다. 억겁의 시간으로 쌓인 정선을 천천히 바깥에서 시작해, 내밀한 풍경 속으로 들어와 정선의 모든 것을 음미해본다.
박제영 시인은 두 작가의 작품을 살펴보며 “이번 전시는 서범구와 전형근이라는 두 견자(見者)가 투시와 응시로, 매크로와 마이크로로, 다른 듯 같게, 같은 듯 다르게, 진경산수(眞景山水)로서의 정선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