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중언

[언중언]‘꽃샘추위’

내일(5일)이 동면하던 개구리가 놀라서 깬다는 경칩이다. 봄의 문턱인 입춘(2월4일)이 지난 지 한 달이 됐다. 추위를 저만치 따돌렸는가 했다. 그런데 눈과 함께 영하 10도의 꽃샘추위가 시절도 모르고 기승을 부렸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봄을 기대했던 마음이 성급했나 싶다. 3월이지만 계절의 변화가 기차 시간처럼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닌가 보다. 예측하기 어려운 계절의 변덕에 괜한 경계심만 높아진다. ▼꽃샘추위는 바람할미가 꽃 피는 것을 시샘해 심통을 부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겨울철 내내 동장군이 맹위를 떨치던 시베리아 기단이 약화돼 기온이 오르다가 갑자기 기단이 강화되면서 생기는 이상 저온 현상이다. 꽃샘추위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차가운 시베리아 공기의 영향을 받는 일본이나 중국에도 때때로 늦추위가 찾아오곤 한다. ▼남쪽은 매화축제가 한창이다. 조선 영조 때의 기녀로 알려진 매화는 ‘매화 옛 등걸에 춘절이 돌아오니/ 옛 피던 가지에 피엄즉 하다마는/ 춘설이 난분분하니 필동말동 하여라’라고 읊었다. 봄이 오는 듯 마는 듯 하다. 아예 한겨울이면 추우려니 할 텐데 봄이 온 듯하다 도로 주저앉으니 더 춥고 불안하고 스산하다. 엊그제 급작스레 몸과 마음을 움츠러들게 한 추위는 떠나기 싫은 겨울의 응석쯤으로 여기기엔 너무 매서웠다. 하지만 4월에도 폭설로 고속도로가 마비된 적이 있으니 낯선 일은 아니다. 가기 싫어하는 겨울의 끝을 오히려 느낄 수 있다. ▼경칩이 지나면 상춘지절(常春之節)에 접어든다. 말 그대로 땅속에서 몸을 웅크리고 겨울잠을 자던 벌레들이 일어나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시기다. 조선 세조 때 강희맹이 편찬한 ‘사시찬요(四時纂要)’에는 “경칩 날 남녀가 마주 보면서 은행을 깨 먹었다. 또 처녀, 총각들은 이날 날이 어두워지면 동구 밖에 있는 암수 은행나무를 도는 것으로 사랑을 증명하기도 했다”고 적혀 있다. 청춘남녀뿐만 아니라 곳곳에 사랑이 넘쳐 나는 올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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