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꼬이는 ‘의·정 갈등’, 이제는 국민이 궐기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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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단체, 의대 증원 강행 절대 양보 못 해
정부, 면허정지·수사 등 ‘무관용’ 원칙
의사들, 민심 바로 읽고 현장으로 돌아와야

대한의사협회 소속 의사들이 정부의 행정·사법 절차 착수에 반발,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일대에서 “정부가 의대 증원을 강행하면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며 총궐기 대회를 열었다. 보건복지부가 제안한 대화의 자리도, “환자들이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환자단체의 절규도 외면했다. 국민의 건강·생존권을 담당하는 의사들로서는 대단히 무책임한 처사다.

이날 주최 측은 강원지역 350여명을 비롯해 전국에서 2만여명이 집결했다고 밝혔다. 김택우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부는 의사가 절대로 받아들이기 힘든 정책을 ‘의료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일방적으로 추진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이에 강경 대응에 나섰다. 즉, ‘무관용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3·1절 연휴 마지막 날인 이날까지 복귀할 경우 최대한 선처하겠다고 했지만 돌아온 전공의들은 미미했다. 정부는 4일부터 이탈한 전공의들에 대한 제재 절차에 들어갔다. 미복귀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과 수사, 기소 등이 진행된다. 의사협회와 정부의 강경 태세에 퇴로를 찾지 못해 의료 대란이 장기화되는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

의사들의 주장은 환자를 돌보고 치료할 때 가장 힘을 얻는다. 의사들은 민심을 올바로 읽고 하루빨리 환자 곁으로 돌아와야 한다. 제 뜻만 고집하는 입장을 버려야 한다. 의사단체는 총파업으로 국민을 겁박할 명분이 더 이상 없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의사들의 요구대로 의대 정원이 묶여 의사 수가 거꾸로 줄어든 나라가 대한민국 말고 또 어디에 있나. 의대 입학 정원은 2000년 3,507명이었으나 23년 동안 오히려 3,058명으로 감소했다. 고령화에 대비해 선진국들이 의대 정원을 수천명씩 늘려 나가는 것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의사들은 의대 증원 수요 조사에서 상당수 대학이 지역 의료 상황을 고려해 대폭 증원을 희망하고 있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 인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이 총궐기에 나설 수밖에 없다. 소아청소년과 오픈런과 응급실 뺑뺑이가 일상화된 의사 부족 현실은 통계를 아무리 자의적으로 해석해도 감춰지지 않는다.

이제는 해법을 찾아 나가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지역의료 붕괴 위기를 맞은 일본이 좋은 사례다. 일본은 2007년 ‘지역의사제’를 도입, 의대 정원 일부를 별도 전형으로 뽑는다. 선발된 그들에게 장학금을 주되 10년간 의료취약 지역에 근무하게 한다. 그 결과 2018년 농촌 지역 의사 수가 8년 전보다 12% 증가했다고 한다. 응급실 뺑뺑이 문제는 당번 병원을 정해 해결했다. 병원 5곳에서 거절당한 응급환자는 무조건 받아야 하는 제도를 마련한 것이다. 응급 병상을 찾아 전화를 돌리다 골든타임을 놓치는 우리의 상황과는 다른 풍경이다. 지역 의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인 의대 정원을 늘리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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