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여성과학자로서 국가의 원자력·의료 분야 발전에 기여하겠다”

[주목, 이사람]국민의힘 비례대표 나선 이레나 교수

여성과학자이자 의료기업인 국회의원에 도전
국민의힘 인재영입 케이스로 입당해 활동 중
필리핀 등 해외에 국내제품 진출에도 앞장
“과학·의료·기업 위한 입법 등 지원나설 것”

춘천 출신 이레나(57) 이화여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여러 측면에서 이례적인 인물로 꼽힌다. 여성의 진입이 쉽지 않은 원자력 공학 분야 박사이자 의료기기 개발 전문가라는 점도 그렇고 강원대에서 학사를 딴 뒤 미국 MIT 원자핵공학과로 진학, 석·박사를 취득한 것도 꽤나 드문 경우에 속한다. 또 이화여대 의과대학 교수로 후학양성에 힘을 쏟으면서도 의료기기 전문 벤처기업인 ‘레메디’를 창업하기도 했다. 쉽지않은 길을 걸어오는 동안 수없이 부딪혀온 많은 난관들을 극복하면서 ‘여성 과학자’, ‘여성 기업인’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이런 그에게 이번에 또다시 새로운 길이 주어졌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인재영입 케이스로 국민의힘에 들어가게 된 것. 비례대표로 국회 진출을 희망하고 있는 이레나 교수를 만나 그의 삶과 향후 계획, 정당에 발을 들여놓게 된 계기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대담=유병욱 서울본부장

인터뷰 하고 있는 이레나 교수

- 남성 중심의 이공계에서 여성과학자로 성장하는 것은 쉽지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어려움은 없었나

“많았다. 우선 제가 의공학자이다 보니 나사도 직접 조이고 무거운 장비도 나르고 해야 하다 보니 체력적으로 어려웠다. 그리고 기술창업하고 나서 투자를 받은 데에도 힘들었다. 여성 창업주다 보니 외부에서 투자를 받는데 어려움이 여전하더라. 또 한가지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일·가정 양립이다. 저도 한국사회에서는 육아를 하면서 교수직과 연구직을 계속 하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그때를 잘 극복하고 헤쳐나왔다.”

- 국민의힘에 과학인재로 영입돼 지금 비례대표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많은 분들이 용기와 격려를 주고 있다. 원자력분야의 여성 과학자로서, 또 벤처기업을 창업해 경영해 본 여성 기업인이면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는 교수로서 그동안의 경험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 방법 중 하나로 국회의원을 선택한 것이다. 현재 국민의힘 비례대표 정당인 ‘국민의미래’가 창당된 이후 당에서 원서를 제출하라는 연락이 와서 진행중에 있다.”

- 국회의원은 왜 하려고 하나

“오랜 기간 연구를 하고 병원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임상일을 하거나 회사를 창업하면서 행정상의 절차들로 인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불이익을 받는 상황들을 많이 봤다. 하지만 저도 너무 바빠서 제 일을 하느라 안타깝게만 생각하고 직접 도움을 주지 못해왔다. 이제는 다양한 분야에서의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과학기술발전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시기라고 느꼈다. 그러려면 국회의원으로서 입법활동을 하고 정부부처와 논의하면서 실제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정책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장 좋겠다고 판단했다.”

◇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오전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인재 영입 환영식에서 이레나 이화여대 의학전문대학원원 의공학교실 교수에게 당 점퍼를 입혀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예전부터 정치에 관심이 있었던 것인가

“아니다. 솔직히 제가 하는 일이 많아 사실 정치에 관심을 가질 시간도 없었다. 그러다가 제가 직접 환자들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한 후 그 성과가 실제 사회에 적용되고 널리 확산되기까지의 과정에 많은 장애물이 존재함을 깨달았다. 특히, 의료기기의 규제, 보건 정책, 연구개발 지원 등 국가적 차원의 결정이 기술 혁신과 그 사회적 수용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경험하면서 정치영역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그때부터 조금씩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

- 의료기술개발을 하면서 겪은 어려움이 정치로 이끈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그 뿐만이 아니다. 저는 기술 혁신이 환자들에게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에서 정책 결정자들과의 긴밀한 협력의 필요성을 느꼈다. 이런 과정에서 과학기술 분야의 여성 인력이 겪는 어려움, 연구 환경의 개선 필요성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게 됐다. 그 결과 정책 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의료기술 발전 뿐 아니라 과학기술 전반에 대한 지원 정책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 국회의원이 된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고자 하나

“국민의 힘 인재영입 환영식때 제 계획에 대해 짧게 말씀 드린 것이 있다. 그것은 첫번째로 의료기술 기반 벤처 기업 지원, 두번째는 연구개발(R&D) 정책 개선, 세번째는 과학기술 분야 인재 양성, 네번째 원자력 기술 발전 지원, 다섯번째 과학 정보 소통 강화가 그것이다. 이것들은 과학계와 의료계 현장에서의 필요성은 물론 국민들에게도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것들이다. 이를 구체화해 법적·제도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도록 하고 싶다.”

이레나 교수가 국민의힘 인재영입식을 가진 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

- 현 정부가 올해 예산에 R&D 예산을 크게 삭감한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앞서 밝힌 계획에 보면 R&D 관련 분야가 포함돼 있는데

“국가의 연구개발 예산은 미래의 먹거리 창출을 위해 정말 필요하다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비효율적인 부분도 있기 때문에 일부 구조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돼 왔고, 부득이 삭감의 조치가 있었던 것 같다. 모든 사업에 예산은 많을수록 좋다, 그러나 예산 투입의 적정성 및 예산 투입대비 결과물에 대한 정확한 평가 없이 계속해서 예산을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다만, 정부에서도 예산을 삭감할 때 충분한 데이터나 현장 과학기술인들과 충분한 소통이 있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한다.”

- 여성 의공학자면서 원자력 공학도가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을 것 같다

“뭔가 특별한 것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내가 즐기고 사랑할 수 있는 일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이 길을 걷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저는 유치원 시절에는 무용에 재능이 있어서 리틀엔젤 같은 곳에 선발되어 공연과 노래를 했다. 당시에는 그것이 즐거웠다. 그런데 그 후 대학을 가면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원자력공학으로 박사를 졸업하면서 연구하는게 좋아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연구하는 것이 좋아서 밤새웠고 의료기기 등 기술 개발해도 지치지 않았던 것 같다.”

- 벤처기업을 창업한 것도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레메디를 만든 스토리도 궁금하다

“어릴 적부터 아픈 사람들을 위해 뭔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의사가 적성에 맞지 않아 직업으로 삼지 못했고, 대신 좋은 의료기기를 개발해 그들을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실천하게 됐다. 박사시절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제가 개발한 의료기기가 50개가 넘는다. 의사의 진료도 환자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제가 개발한 의료기기 장비도 환자 치료에 영향을 주는 것을 경험하게 되면서 레메디를 창업하게 됐다. 레메디는 Revolution in Medical device의 약자로 의료기기로 세상에 혁신을 내놓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레나 교수가 창업한 레메디 관련 사진

- 얼마 전에는 우리나라 혁신의료기기를 수출 조달하는데에도 앞장섰던 것으로 안다. 어떤 일인가

“지난 22일 판교혁신센터에서 필리핀 테드 허보사(Ted Herbosa) 보건부장관을 만났다. 국내 의료기기 조달 수출지원 하기 위해 필리핀 보건부장관과 전문가로서 간담회를 가진 것인데, 이 자리에서 필리핀 복건부장관과 국내 의료기기 혁신기술의 우수사례들을 발굴해 필리핀에 조달 수출지원 할 수 있는 의료기기 조달 수출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저는 앞으로도 국가과학기술 연구과제와 정부의 지원으로 개발된 성과를 실제 경제 발전과 연계하고 국내 중소기업의 혁신기술들이 글로벌 수출 조달 등이 되도록 도울 생각이다.”

- 필리핀쪽의 반응은 어땠나

“테드 허보사 필리핀 복건부장관은 우리나라 혁신의료기기들의 우수모델 레퍼런스가 있는 국내 의료기기의 우수사례를 청취하고, 다음달 3월에 마닐라에서 결핵퇴치를 위한 글로벌 이니셔티브가 열리는데, 그곳에 한국 대표로 저를 초청했다. 이곳에서는 글로벌 이슈인 결핵퇴치 위해 2024년 전세계 및 국가별 결핵 보건 위한 정책 우선순위를 개발하고 새로운 툴의 연구 등을 UNHLM과 개최될 예정이다. 그 자리에서도 전문적 국내 혁신의료기기 기술을 세계에 알리고, 전세계 결핵퇴치에 기여할 계획할 수 있도록 하려한다.”

이레나 교수가 지난 22일 필린핀 복지부장관을 비롯한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가진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달라

“우선은 비례 국회의원 도전에 열심히 해 볼 생각이다. 그래서 비효율적이고 불합리한 법제도와 행정절차들을 개선하고 효율화 되도록 도울 생각이다. 또 중소벤처기업들이 활성화 되어 글로벌시장에 국내 좋은 기업들을 발굴해 알리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여러 기술회사들과 국내 중소기업들이 해외에서 잘 성장될 수 있도록 발굴하고 성장하도록 하겠다. 마지막으로 이공계 과학기술 전공자들에게도 성공할 수 있는 롤모델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다. 정부와 함께 이러한 지원들을 하는데 일조하며 미래에 젊은 국내 과학자들이 세계적 노벨상 등을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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