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의대 증원, 지역 의료 불균형 해소 전환점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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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개 대학, 2025학년도 3,401명 신청
학교 위상 등 감안 비수도권大 비율 72%”
분만 취약지 전국적으로 100여곳 넘어

정부는 지난 5일 총 40개 대학에서 2025학년도에 3,401명의 의대 증원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제시한 증원 목표 2,000명은 말할 것도 없고, 지난해 각 대학이 초안으로 제출한 최대 2,800여명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의료계의 증원 신청 자제 요청에도 대학 총장들이 앞다퉈 증원을 요청하면서 정부의 2,000명 증원 방침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강원특별자치도 내 4개 의과대학은 200명의 정원 확대를 신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지난해 10월 각 대학이 공개한 증원 규모 164명보다 36명 많은 것이다. 그러나 강원대 의과대학 교수들은 실제 교육 여건과 교수 인원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증원을 신청했다며 항의하는 등 내부 반발까지 터져 나와 후폭풍이 일고 있다....

전국 33개 의대교수협의회 대표들은 이날 서울행정법원에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2025학년도 의대 2,000명 증원 처분 등에 대한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의대 증원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도 냈다. 의대 교수와 학생, 의료계의 반발에도 대학들이 예상보다 크게 의대 증원 수요를 늘린 것은 열악한 지역·필수 의료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과 학교 경쟁력 제고를 충분히 감안한 선택으로 보인다. 의대 규모가 커지면 학교의 위상 또한 달라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의대 정원 배정을 기점으로 대한민국 의대 순위가 바뀔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비수도권 대학의 증원 신청 비율이 72%나 차지하고 있는 것은 지역·필수 의료 강화에 대한 지역사회의 강력한 메시지로 읽힌다. 이번 의대 증원이 지역의료 불균형을 해소하는 획기적인 전환점이 돼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는 지역 소멸을 막는 하나의 방법이기도 하다. 전국 시·군·구 중 소멸위험지역은 이미 절반도 넘는 118곳이나 된다(2023년 9월 기준). 심지어 차로 1시간 내에 갈 수 있는 분만실이 없어 응급 대응이 어려운 분만 취약 지역도 100여 곳이 넘는다. 임신부가 산부인과를 찾아 다른 지역으로 원정까지 가야 한다. 이런 필수 의료 인프라부터 구축해야 지방 소외를 풀 수 있다.

지방에 살아도 성장의 기회와 행복할 권리를 똑같이 누릴 수 있어야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이는 의대 정원을 확대하지 않고서는 다른 특별한 대안이 없다. 의대 정원을 늘려도 피부과, 성형외과 등으로 몰린다면 의료 위기 해결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료계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흉부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 필수 분야에 의사들이 많이 진출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 수가를 조정하고 적절한 보상 체계를 마련하는 등 정부의 실질적이고 정교한 정책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의대 정원 확대는 10년 뒤에나 효과가 나타난다. 지금도 한참 늦었다는 얘기다. 당장의 진료 공백을 메울 단기 대책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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