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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폭설에 산양 떼죽음, 긴급 구호 대책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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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지역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설로 인해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Ⅰ급인 산양 277마리가 떼죽음을 당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7일까지 강원 산지에 최대 15㎝의 눈이 또다시 예보되면서 폐사하는 산양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인제군 북면 용대리의 한 민가에서는 지난달 13일부터 산양 4마리가 탈진한 채로 집 근처까지 내려와 무, 봄동 등의 먹이와 식수를 매일 공급했으나 결국 4마리 중 3마리가 폐사했다. 올겨울 폭설로 양구, 화천, 인제 미시령·한계령, 고성 진부령 일대에서도 먹이를 찾아 민가와 도로까지 내려왔다가 죽은 산양들의 사체를 발견했다는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겨울철(11월~이듬해 2월)에 폐사 신고가 접수된 산양은 총 69마리에 그쳤다. 하지만 폭설이 잦았던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폐사 신고된 산양은 무려 277마리로 크게 증가했다. 강원 산간지역에는 최근 한 달 동안 이틀에 한 번꼴로 폭설이 내렸다. 국립공원이자 유네스코 생물권 보존지역인 설악산 등에서 산양들의 생존환경이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2020년 기준으로 전국의 산양 개체 수는 2,000여 마리였다. 손장익 국립공원 야생생물보전원 북부보전센터장이 보고되지 않은 폐사 개체까지 고려했을 때 이번에만 전국 산양 개체 수의 10% 이상이 폭설과 저온 현상으로 인해 폐사한 것으로 추산할 만큼 피해가 심각한 상태다.

주민들은 경계심 많은 산양이 떼 지어 민가나 도로변까지 내려온 것은 처음 본다고 했다. 더 이상 산양이 희생되지 않도록 긴급 구호 방안을 세워야 한다. 기후변화로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산양들이 몇 차례의 먹이 주기 행사로 살아남는다는 것은 요행이다. 서식지 환경에 대한 정밀한 조사와 개체 수 파악 등을 통해 종합적인 산양 보호 대책 수립을 서둘러야 한다. 폭설 등에 대비한 산양 보호소 설치나 관리인, 의료진 등 전문 인력을 배치하는 등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한다. 19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산양은 우리나라 전국에 분포해 있었다. 하지만 1950~1960년대 무분별한 포획으로 개체군의 크기가 급격히 감소해 멸종위기에 처했다. 산양은 2002년 환경부의 산양 서식 실태 조사 결과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600~700개체가 서식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이후 2005년부터 멸종위기종 I급으로 지정됐으며 2007년 산양 복원 계획이 추진되면서 간신히 그 수가 불어나고 있다. 또다시 방치하다 부랴부랴 종 복원한다고 허둥댈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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