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의협 비대위 "저희가 왜 이럴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말씀드렸다"…14시간 고강도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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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택 회장은 경찰과 마찰 끝에 조사 거부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오전 전공의 집단 사직 공모 의혹과 관련한 경찰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속보=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인한 의료대란이 22일째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전공의들의 집단 행동을 부추긴 혐의로 고발당한 대한의사협회(의협) 간부들이 경찰에 출석해 강도높은 조사를 받았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12일 오전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과 박명하 비대위 조직강화위원장(서울시의사회장),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을 서울 마포구 광역수사단 청사로 불러 조사했다.

13일 0시 11분께 조사를 마치고 나온 김 비대위원장은 "저희가 왜 이럴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말씀드렸다"며 "전공의 선생님들이 미래가 없기 때문에 스스로 사직하고 떠나신 것에 관해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전날 오후 10시 7분께 조사를 마치고 나온 박명하 비대위 조직강화위원장은 "정부는 2천명에서 절대 후퇴하지 않고 강경 대응하고 있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대화의 장, 협상테이블에 나와 달라"고 말했다.

김 비대위원장 등은 전날 오전 경찰에 출석하며 "전공의 후배들의 자발적 사직은 어느 누구의 선동이나 사주로 이루어진 일이 아니다"라며 "젊은 의료인으로서 이 나라 의료의 백년대계를 그르치는 엄청난 실정에 대해 양심에 의지하고 전문가적 지식을 바탕으로 항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이 12일 오전 전공의 집단 사직 공모 의혹과 관련한 경찰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로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들에 앞서 청사로 들어간 임현택 회장은 경찰 조사에서 출석 일자 조율 문제로 마찰을 빚다가 결국 출석한 지 한시간여만에 조사를 거부하고 청사를 떠났다.

임 회장 측이 언론에 보낸 입장문에 따르면 임 회장은 13일로 출석일을 조율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경찰은 내부 지침과 담당 수사관의 다른 수사 일정 문제를 이유로 12일 출석을 요구했다.

임 회장과 법률 대리인이 이날 경찰에 출석해 담당 수사관에게 13일에 중요한 수사 일정이 있는지를 물었으나 수사관은 별도 일정이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이 같은 대화 과정에서 경찰 관계자가 언성을 높여 시정을 요구하다 결국 조사를 거부하게 됐다는 것이 임 회장 측 설명이다.

임 회장 측은 "상부의 지시와 지침에 따라 맞춰진 수사를 더 이상 진행할 이유는 없다고 판단해 조사를 거부하게 됐다"며 "담당 수사관 교체 신청 및 검찰에 인권 침해 등을 이유로 구제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경찰 수사를 비난하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며 "한 시간여 만에 조사를 거부한 것에 대하여 깊은 유감"이라고 반박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7일 김 비대위원장 등 5명을 의료법 위반, 형법상 업무방해, 교사·방조 등 혐의로 고발했다. 이 중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지난 6일,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은 지난 9일 조사를 받았다.

정부는 이들이 전공의의 집단 사직을 지지하고 법률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집단행동을 교사하고 방조한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전공의들이 소속된 수련병원의 업무도 방해받았다고 판단했다.

◇방재승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국회에서 의대증원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전국 19개 의과대학 교수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에 대응해 공동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오는 15일까지 각 의대 교수들의 사직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서울대, 연세대, 울산대, 가톨릭대 등을 포함한 19개 의대 비대위 대표들은 12일 오후 8시 30분부터 11시까지 온라인 회의를 열고 집단 사직서 제출 등 공동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들은 회의 후 자료를 내고 "곧 닥칠 전공의에 대한 사법적 조치와 의과대학 학생들의 유급·휴학은 현재 가장 시급한 비상사태"라며 이를 막기 위해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대위'를 조직하고 연대하게 됐다고 밝혔다.

제주대, 원광대, 인제대, 한림대, 아주대, 단국대, 경상대, 충북대, 한양대, 대구가톨릭대, 부산대, 충남대, 건국대, 강원대, 계명대 의대의 비대위도 연대체에 참여하기로 했다.

위원장에는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원장인 방재승 교수가 선출됐다.

전국 비대위는 "15일까지 각 대학 교수와 수련병원 임상진료 교수의 의사를 물어서 (사직서 제출 여부를) 결정"한다며 "사직서 제출이 의결된 대학의 사직서 제출 시기는 다음 회의에서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비대위의 목표는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인 의과대학 학생과 수련병원 전공의가 무사히 복귀하여 교육과 수련을 마치는 것"이라며 "정부는 우리들의 절박한 외침에 귀를 기울여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학업과 수련에 복귀할 수 있는 협상의 자리를 마련해주기를 간곡히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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