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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비례대표’

영국의 변호사이자 정치 개혁가인 토머스 헤어(Thomas Hare·1806~1891년)는 평생을 ‘모든 계층의 소수권한을 대표하는 선거제도’ 연구에 바쳤다. 그가 고안한 제도는 단독이양제도와 명부제도다. 단독이양제도는 유권자가 투표용지에 나열된 후보자를 좋아하는 순서대로 순서를 매기는 것이다. 명부제도는 후보자의 명부를 보고 좋아하는 정당을 선택, 투표하는 것이다. 헤어의 연구에 대해 자유주의 철학자 J.S 밀은 “진정한 대의정부를 구성하는 데 큰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오늘날 비례대표제는 나라마다 다양한 형태를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의 비례대표제는 1963년 6대 국회에 ‘전국구’라는 명칭으로 도입됐다. 유신헌법 시행으로 9대 국회부터는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뽑은 유신정우회(유정회) 의원이 역할을 대신했지만 1981년 11대 국회부터 다시 시행됐다. 당시 전국구는 정당의 비자금 모금 창구였다. 특히 앞 번호는 특별당비 명목으로 30억∼50억원설이 나돌 정도였다. 이 때문에 헌금 액수에 따라 순위가 뒤바뀌기도 했다. 제16대 국회부터 선거법 개정으로 비례대표로 명칭이 변경됐지만 돈과 자질 시비는 끊이지 않았다. ▼제22대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비례대표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번 총선의 비례대표 의석은 기존 47석에서 1석 줄어든 46석이다. 의석 배정 방식은 지난 21대 총선과 마찬가지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다. 준연동형이란 말 그대로 반만 연동형을 적용하는 것이다. 지역구 의석수가 정당 득표율보다 적을 때 모자란 의석수의 50%를 비례대표로 채워주는 방식이다. ▼비례대표는 지역구 선거로 담보하기 어려운 직능을 대표하거나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인사들의 원내 진출을 위한 제도다. 지금까지 드러난 각 당의 비례대표 추천 논란과 위성정당 등은 국민의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 이대로라면 ‘비례대표 무용론’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국민 눈높이에 맞춰 비례대표 제도 취지를 제대로 살려야 선거에서 승리를 거머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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