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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교육비 또 역대 최대, ‘공교육 정상화’ 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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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학생 1인당 32만4,000원, 역대 최고치
수시로 바뀌는 교육과정, 입시제도가 원인
공교육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이뤄져야

도내 초중고 학생 1인당 사교육비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14일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강원특별자치도 내 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32만4,000원으로 집계됐다. 초등학교는 31만6,000원, 중학교 34만3,000원, 고교 32만1,000원의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내 사교육비는 2022년 29만6,000원에서 9.7%(2만8,000원) 늘어나며 전국 평균 5.8%를 크게 웃돌았다. 첫 지역 조사를 시작한 2019년 도내 1인당 사교육비가 22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4년 만에 10만원 이상 불어났다. 조사 대상에서 빠진 유아 및 대입 준비생 집단의 사교육비를 포함하면 규모는 더 커질 것이다. 정부가 사교육 카르텔 혁파 등 사교육비 경감을 외쳤지만 물가상승률(3.7%)을 넘어선 증가라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전국적으로는 사교육비가 전년보다 4.5% 증가한 27조1,000억원으로 파악됐다. 2021년(23조4,000억원), 2022년(26조원)에 이은 3년 연속 최고치다. 사교육비를 끌어올리는 주요 요인으로는 수시로 바뀌는 교육과정과 입시제도가 꼽힌다. 1980년 이후 지금까지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한 여러 정책이 시행되었으나 하나도 성공하지 못했다. 과외 전면 금지를 비롯해 학교 보충수업 폐지, 보충수업 허용, 재학생의 학기 중 학원수강 허용 등 무수히 나온 사교육 억제 대책은 실효성이 없었고, 공교육은 서서히 무력화되어 왔다. 사교육 억제 정책이 실패할 때마다 오히려 국민의 사교육비 부담은 폭증했던 것이다. 입시제도가 바뀔수록 더 호황을 누리는 것은 학원인 게 지금까지의 현실이었다. 이는 학교보다 학원이 교육제도와 입시에 대한 적응력이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사교육비 부담이 심해지면 저소득 가구 학생들은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된다. 교육기회 불평등이 가난의 대물림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게 된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교육비 경감은 우리 사회의 절실한 과제다. 가계 소비를 옥죄는 과도한 사교육비는 경제 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젊은 세대의 저출산과 중장년 세대의 노후 불안도 지나친 사교육비에 뿌리가 있다. 교육 당국은 사교육비 절감을 교육 개혁의 출발점으로 삼아 근본적인 해법 마련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공교육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교사의 질을 제고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의지다. 사교육비 축소가 교육 불평등 해소를 위한 최선의 방도라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사교육비 부담이 늘어날수록 저출산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가장 낮은 0.65명이다. 저출산을 심화시키고 있는 사교육 문제를 풀지 않고서는 국가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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