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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경]의로운 마음, 뜨거운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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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교 강원도의용소방대연합회 수석부회장

의용소방대의 역사는 매우 오래됐다. 세종대왕은 금화도감 설치로 화재를 상설 관리했고 통행금지 시간인 밤 10시가 지난 뒤에도 불을 끌 수 있도록 신패를 만들었다. 우리나라에서 기계식 소방장비와 조직을 갖춘 최초의 근대적인 소방대는 1894년 갑오개혁 이후 개항지 부산, 인천, 군산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소방조다. 1939년부터 경방단으로 개편됐으며 경방단은 광복과 함께 자동으로 해체돼 다시 소방조가 조직됐다. 소방대는 정부 수립 후 소방업무뿐만 아니라 전후 복구사업 등 정부 시책에 적극 협조해 활동을 벌여왔으나 1953년 민병대를 조직하게 됨으로써 해산, 잠시 동안 민간 자체 소방조직이 전무했다.

전후의 혼란 속에서 화재가 빈번해지자 의용소방대의 필요성이 재인식됐다. 1954년 1월 전국적으로 의용소방대가 재조직됐고 1958년 소방법 제정 시 의용소방대 설치 근거를 마련한 것을 계기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의용소방대의 봉사와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한 의용소방대의 날은 국회를 거쳐 2021년 4월 20일 공포되었다. 의용소방대의 날은 1958년 최초로 소방법에 의해 의용소방대의 설치 근거가 규정된 날인 3월11일과 소방 관련 상징적인 숫자인 119를 조합해 3월19일로 정해졌다.

전국의 3,902개대 10만여명의 의용소방대를 보통 화재와 구조, 구급활동에만 참여하는 봉사단체로 생각하기가 쉽다. 그러나 실제 활동은 참으로 다양하다. 구조·구급활동 외에도 전통시장 화재예방 순찰, 화재취약지구 예찰활동, 소방차 길 터주기,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 등산 길목 안전 지킴이 활동에도 몸을 사리지 않는다. 지역 축제 때는 안전요원, 여름철엔 수변안전요원이 되고, 취약계층을 위한 이사봉사와 명절 위문품 전달, 도시락 봉사에도 땀을 아끼지 않는다.

필자는 13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의용소방대가 나아갈 새로운 발전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는 의용소방대원의 전문화다. 재난 대처라는 특수한 임무를 가지고 있기에 그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이 없으면 실질적인 봉사활동에 임하기가 어렵다. 전문적인 교육을 통해 자질을 향상시키거나 전문가를 대원으로 영입함으로써 현장 대처 능력이 강화될 것이다. 둘째는 의용소방대원의 의식 변화다. 소방관을 보조한다는 생각이 대원들을 소극적으로 만든다. 내 지역에서 내 이웃을 돕는 일이므로 주인의식을 가지고 임무에 임해야만 한다. 셋째는 의용소방대는 자원봉사자라는 마음을 항상 인식해야 한다. 자원봉사활동은 개인 또는 단체가 지역사회, 국가 및 인류사회를 위하여 대가 없이 자발적으로 시간과 노력을 제공하는 행위다. 봉사를 하면서 시간과 경우에 따라 경제적인 부담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봉사를 통해서 삶의 의미를 느끼며 그로 인해 내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넷째는 홍보 강화다. 봉사활동에 동참하고 싶어도 의용소방대에 관한 정보가 부족해 활동을 못 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 위해 의용소방대 전용 홈페이지를 개설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홍보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노력들로 의용봉공의 정신을 갖는 10만여명의 의용소방대원의 의로운 마음, 뜨거운 용기가 다시 힘차게 솟구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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