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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환자 고통 외면한 의사들 집단행동, 여기서 멈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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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반발 병원 떠난 지 한 달이 지나
‘정부는 의사 못 이긴다'' 착각서 빠져나와야
4월 발족 의료개혁특위에 능동적인 참여를

의사들이 의대 증원에 반발해 병원을 박차고 나간 지 이제 한 달이 지났다. 그 어떤 명분으로도 환자를 외면한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정당화될 수 없다. 전국에서 1만2,000명이 사직서를 냈다. 증원 반대의 최대 논란인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는 주장은 의사 집단 내부에서도 반박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장은 지난 17일 회견에서 “병원들은 현장에서 의사가 너무 부족하다는 사실을 체감한다. 공공의료기관장끼리 회의하면 의대 증원에 이견이 없다”고까지 밝혔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여기서 멈춰야 한다.

이번 사태를 ‘몇 명이나 증원하느냐’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은 이제 본질을 벗어났다. 의사들은 ‘정부는 의사를 못 이긴다’는 착각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의대 증원을 비롯한 의료개혁은 더 이상 늦출 수 없으며 이기고 지는 싸움의 대상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국무 회의에서 “국민께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드리고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의료개혁은 미룰 수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의대 교수들의 사직 움직임에 대해 “환자의 곁을 지키고 전공의들을 설득해야 할 일부 의사들이 의료개혁을 원하는 국민의 바람을 저버리고 의사로서, 스승으로서 본분을 지키지 못하고 있어 정말 안타깝다”고까지 언급했다. 의료개혁은 의사들의 참여 없이는 온전하게 이뤄질 수 없다. 4월 발족할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의사들은 능동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아직도 ‘2,000명 증원 풀기’를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는 것은 국민의 공감을 살 수 없다. 의사는 전문직들만의 세계라고 하지만 그들만의 높은 벽을 쌓아 놓고 ‘집단 사고’에 갇혀 있으면 곤란하다.

의료행위는 그들의 방식대로 자율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은 충분히 납득한다. 하지만 의대 증원 결정과 같은 대학정책에 일절 손대지 말라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정부와 의사들의 갈등으로 전국의 의료현장은 말 그대로 살얼음판이다. 임산부가 병원에서 수술을 거부당해 유산했다는 신고가 접수되는 등 의료 파행이 날마다 심각해지고 있다. 투석 치료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지만 응급수술이 지연돼 사망했다는 사례도 있었다. 의사들은 환자들의 수술, 치료 일정이 줄줄이 미뤄지는 상황에 환자와 가족이 애를 태우고 있는 것을 가슴으로 헤아려야 한다. 국민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부여된 의사면허를 국민을 겁박하고 불안하게 만드는 수단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수차례에 걸쳐 의사들에게 현장 복귀를 호소했다. 건강권을 보장해야 하는 법적 책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사들은 세계인권선언 25조에 명시된 건강권을 지키라고 국가가 준 면허를 가지고 거꾸로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하고 있다. 의사도 다른 직종과 마찬가지로 파업의 권리를 갖는다. 그렇지만 환자를 볼모로 한 의료 파업은 결코 정상적이라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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