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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칼럼]인권·공권력 함께 존중받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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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범 변호사

형사사건의 경우 변호사는 피해자를 위해 고소업무를 하기도 하지만 대개 범죄를 저질렀다고 의심을 받는 사람을 위해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변호사는 피혐의자에 대해 기소되기 전에는 경찰이나 검찰의 수사과정에 참여해 피의자를 조력하고, 기소된 이후에는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혐의가 인정되는 경우 마땅한 형을 받기 위해 애를 쓰기도 하고 때로는 무죄를 다투기도 한다.

일반 시민들에게는 무도한 범죄자를 옹호하는 것으로 보여 지탄을 받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범죄의 혐의가 의심된다고 하더라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헌법상 권리가 있고 이것이 변호사의 직무와 연결되니 어찌할 도리는 없다. 그렇다고 수사를 받는다거나 재판을 받는다고 모두 유죄판결 선고가 되는 것도 아니다. 굳이 무죄추정의 원칙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무죄판결을 받는 경우도 다수 있다. 필자도 지난 1년 동안 여러 건의 무죄판결을 받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필자가 무조건 피의자나 피고인의 편에 서서 억지 주장을 펼치지는 않는다. 피의자나 피고인이 잘못한 점에 대하여는 나무라고 자신의 잘못과 피해자가 받을 상처 및 사회에 미칠 해악 등에 대해 반드시 인식시킨다. 잘못을 인식하고 반성해야 그나마 재범에 빠질 가능성을 줄일 수 있으니 이는 그들 자신이나 사회를 위해 매우 중요한 것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은 사법기관의 공권력이 적법절차에 따라 행사되고 있다는 신뢰에서 비롯된다. 필자는 사법기관이 범죄로부터 사회를 보호하고, 죄를 지은 사람도 갱생시키며 범죄를 예방하는데 최선을 다한다고 믿는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사법기관의 모습이 마냥 아름답게만 묘사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필자의 경험에 비춰보면 사법기관은 다른 어느 기관보다도 인권을 존중하고 적법절차에 따라 사건을 처리하며 사람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물론 수사기관이 고문을 통해 진술을 강요하거나 외부의 압력에 의해 사법기관이 그릇된 행태를 보였다고 의심받던 시절도 있지만 오래전 일이고 현대사회에서는 상상조차 못할 일이다.

그런데 얼마 전 다소 우려스런 경험을 하게 됐다. 강원도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피의자 조사에 참여하게 됐는데, 젊은 수사관이 피의자에게 숫제 반말을 하는 것은 물론 “쪼다 같다” 거나 “개소리” 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비하하는 말을 하는 것이었다. 조사 중임에도 팀장으로 보이는 수사관은 옆자리에서 의자를 젖힌 채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물론 그 분들이 수사하는 입장에서 느낄 답답함을 이해못하는 바는 아니다. 보다 못해 영상녹화를 요구하자 그제야 필자를 따로 불러 사과를 하고 양해를 구했다. 이후 존댓말을 사용하는 등 다소 부드러운 태도를 보이기는 했지만 피의자 가족의 신변을 운운하며 진술강요를 하는 듯한 모습은 사라지지 않았다. 실체진실 발견이라는 명분으로 피의자의 인권이 무시되는 현장이었다.

조사자는 직무수행 중 폭언, 강압적인 어투, 비하하는 언어를 사용하거나 모욕감 또는 수치심을 유발하는 언행을 해서는 안 된다. 변호사가 입회를 했는데도 이 지경인데 만일 변호사가 없었더라면 어땠을지 상상만 해도 참담하다. 극히 일부 사람의 잘못에 대한 부끄러움이 왜 전국 각지에서 묵묵히 직분을 다하며 우리 사회의 안녕을 지켜주는 선량한 대부분의 사법기관 종사자들의 몫이 되어야 하는가! 물론 해당 수사관의 개인적 일탈일 것이다. 지금까지는 말이다. 하지만 국가와 국민 모두 긴장을 늦추면 찰나의 순간에 이러한 행태가 전염병처럼 번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인권을 보장한다는 명분으로 공권력을 무시해서도, 공권력을 앞세워 인권을 무시해서도 안 된다. 인권(人權)과 공권력(公權力)이 함께 존중받는 사회를 위해 균형과 적절한 긴장이 필요한 시점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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