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책]산문의 언어로 풀어낸 시인의 삶…‘그곳에 그리움이 있었다’

◇허정분作 ‘그곳에 그리움이 있었다’

산문의 언어로 담아낸 시는 어떤 모습일까? 홍천 출신 허정분 시인이 최근 산문집 ‘그곳에 그리움이 있었다’를 펴내고 시 이면에 담긴 이야기를 풀어냈다.

허정분 시인은 그의 생각과 경험의 파편을 담은 산문에 시를 더했다. ‘벌열미 사람들’, ‘우리 집 마당은 누가 주인일까’, ‘울음소리가 희망이다’, ‘아기별과 할미꽃’, ‘바람이 해독한 세상의 연대기’ 등 지난 시집에서 건져낸 시는 산문의 언어를 만나 서로의 여백을 채웠다.

“억수장마가 와도 석 달 가뭄에도/견디는 게 땅이며 감자며/모름지기 강원도의 힘이라고/타향살이 서러운 객지에서/감자바우로 불리던 모욕도 잊고/으쓱, 내 복부에 힘을 주는 시간이었다” (시 강원도의 힘 中)

그의 가장 소중한 글감은 고향과 가족이었다. 거친 호미가 몽당이 되도록 살아온 고단한 삶. 봄이면 나물 뜯고 감자밭 매고 옥수수 따서 쪄 먹던 기억은 시어가 됐고, 시인의 산문의 언어로 애증의 삶을 담은 시어들을 풀어냈다.

“아무 상식도 지식도 없이 뛰어든 문학 판의 세계, 나의 한계를 모르던 숫배기 아낙이 나였다. 얼치기로 견뎌온 세월이 시인이란 명사를 붙여주긴 했지만 나는 아무래도 흙과 노는 농부 아낙 혹은 할미라는 호칭이 그중 편하다.” (산문 청량산 中)

산과 들서 나물을 캐던 어린 시절과 패기롭게 문학판에 뛰어든 젊은날의 열기를 지나 삶의 애달픔을 마주한 세월. 시간의 굴곡은 그에게 시인이란 이름을 붙여줬다. ‘산다는 것은 앞날이 좀 더 행복해질 것이라는 기대 때문일 것’이라는 시인의 말처럼 그의 다음 시에서는 겨울의 추위가 가시고, 따듯한 봄바람이 불어오길 바란다. 학이사刊. 222쪽.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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