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노환규 전 의협 회장 "문과 지도자가 나라 말아먹는다는 생각 지우기 어려워"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윤 대통령-전공의 대표 만남 후 성과 없자 강경 발언 잇따라 내
서울의대 교수 "아들이 일진에게 맞고 왔는데 에미애비 나서야"
한총리 "의대 정원, 숫자에 매몰되지 않는다는 입장 분명하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 사진=연합뉴스

속보=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로 촉발된 의정(醫政) 갈등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의 만남이 별다른 성과를 보지 못하자 의사들 사이에서 강경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7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진행 서울대 의대 교수(서울의대 비상대책위원회 자문위원·분당서울대병원 교수)는 SNS를 통해 "교수님들, 우리 단합해서 같이 우리 학생, 전공의 지켜내자"라며 전의교협, 비대위 형식에 얽매이지 말고 교수들 조직만이라도 전공의 7대 요구 중심으로 단일한 목소리 (내고) 뭉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에서 목소리를 내는 의대 교수 단체는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과 전국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등 두 곳인데, 한목소리로 전공의들의 7가지 요구사항을 정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7대 요구안은 ➀의대 증원 계획 및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전면 백지화 ➁과학적 의사 수급 추계 기구 설치 ➂수련병원의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➃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 완화 ➄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전공의 대상 부당한 명령 전면 철회 ⑦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 등이다.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과 관련, 정 교수는 "우리 집 아들이 일진에게 엄청 맞고 왔는데 피투성이 만신창이 아들만 협상장에 내보낼 순 없지요"라며 "에미애비가 나서서 일진 부모(천공? 윤통?) 만나서 담판 지어야죠"라고 하기도 했다.

앞서 박 위원장은 지난 4일 윤 대통령과 만남 직후 개인 SNS에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습니다"는 짤막한 글을 올렸다.

이후 공식적인 입장은 내지 않고 있지만, 전공의와 윤 대통령의 만남이 의대 증원 규모 등 쟁점을 두고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 자리가 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허대석 서울의대 명예교수도 SNS에 전공의들을 '아들'로 비유하며 책임 있는 보호자가 나서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허 교수는 "사회에서 20대 아들이 교통사고로 크게 다치거나, 조폭에게 심하게 얻어맞고 귀가했는데, 사건의 뒷마무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누가 나가서 일을 처리하는 것이 적절할까"라며 "대부분은 부모처럼 책임 있는 보호자가 나서서 상대를 만나고 일을 마무리하는 절차를 밟는 것이 상식적일 것"이라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어 "전공의나 의대생들은 의료 분야에서는 교육이 아직 필요한 피교육자들"이라며 "전공의나 학생 대표에게 정부 대표와 만나서 협상으로 출구 전략을 마련해 오라고 하면서, 선배 의사들은 바라보고만 있을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사 단체 및 교수 단체들이 한목소리로 전공의나 의대생들의 입장을 대변해주고, 필요시 절충안도 마련해주는 중재자의 역할까지 하는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전 간부도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은 SNS에 "갈라치기를 해서 매우 죄송하다"면서도 "그런데 요즘 이과 국민이 나서서 부흥시킨 나라를 문과 지도자가 말아먹는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지금 눈에 보이는 리더들만 보아도 (그렇다)"며 변호사 출신인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검사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언급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에 대해서는 각각 "한때 지지했었는데", "한때 팬이었는데"라고 덧붙였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7일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의료개혁 등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의과대학 정원 증원 규모에 대해 "정부는 숫자에 매몰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견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이날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당초 추진한 2천명 증원 계획 조정 여부에 대해 "정부는 의대 정원 문제를 포함한 모든 이슈에 유연한 입장"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 총리는 이어 "의료계와 유연한 입장을 갖고 논의할 수 있길 바란다"며 "현실적으로 의료계 내에서 통일된 안이 도출되기 어렵다면 사회적 협의체로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빨리 구성해서 특위에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 총리는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의 면담에 대해선 "박 위원장은 전공의를 대표하는 아주 적절한 (대화) 당사자"라며 "그 당사자가 대통령과 만나 대화의 물꼬가 트였다는 것에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 대화를 이어서 정부는 계속 열린 마음으로 유연하게 대화하고자 다각적 노력을 하고 있다"며 "의료계 다양한 주체와 대화를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 총리는 사회적 협의체에 대해서는 "의대 정원을 포함해 의료 개혁 전반에 대해 논의할 협의체를 최대한 빨리 구성하려고 한다"며 "협의체 구성 전에도 다양한 분들과 광범위하게 접촉을 이어가고 있으나, 궁극적으로 하나의 협의체에서 논의·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총리는 의사 집단행동 장기화로 속칭 '응급실 뺑뺑이' 사례가 반복되는 데 대해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돌아가시는 분들에 대해 마음이 아프다"고 유감을 표하고 의료 개혁을 통해 지역 완결형 의료 체계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피플 & 피플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