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책]“어서오세요 마은의 가게로”

이서수 작가 장편소설 ‘마은의 가게’

◇이서수 作 ‘마은의 가게’

“먹고 살게 없어”

20대를 쏟아부은 연극판과 마지막 직장이었던 학원을 뒤로하고 카페 창업을 결심한 서른일곱살의 미혼 여성 공마은. 이효석 문학상 수상자인 이서수 작가의 장편소설 ‘마은의 가게’는 ‘왜 하필 장사냐’는 엄마의 물음에 답하는 마은을 비추며 시작된다.

있는 돈 없는 돈 모두 털어 차린 카페. 하지만 자영업의 세계는 녹록지 않다. 커피향에 머리가 지끈거린다며 쫓아내려오는 윗집 할머니와 카페 앞을 어슬렁거리며 담배꽁초를 버리는 열쇠 가게 사장까지 사방이 걸림돌이다.

그럼에도 묵묵히 카페 문을 열던 마은이 중소기업 말단사원 보영을 만나며 작품은 본심을 꺼낸다. 느닷없이 손님의 끼니를 챙기고, 찐 감자를 팔고 싶다며 웃는 어딘가 이상한 사장. 각박한 삶에 지친 보영은 그럼 마은에 자꾸 마음이 간다.

“가게 앞을 지나가는 사람 모두 각자 고민이 있고, 일이 있고, 만나야 할 사람이 있고, 가고 싶은 장소가 있을 거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면 장사가 잘되지 않아도 납득은 가요.”

마은의 말과 달리 사실 세상은 납득이 가지 않는 일 투성이다. 주거, 고용, 인간관계…갖가지 불안에 시달려야 하는 현실 속에서 두 여성은 요란스럽지 않은 우정과 위로를 주고 받는다.

이번 작품에는 코로나19로 카페를 폐업한 이서수 작가의 경험이 녹아 있다. 이 작가는 “여성 자영업자가 겪는 두려움과 자괴감, 이를 극복하게 하는 사랑과 연대에 대해 그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오늘도 힘겨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작품은 한 발자국 떨어져 묵묵한 위로를 보낸다. 문학과지성사 刊, 272쪽,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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