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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포럼]지역소멸의 방파제 전문대학 주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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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식 한림성심대 총장

공명지조(共命之鳥)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한 몸에 2개의 머리를 가지고 목숨을 공유하는 새의 이야기로 공존과 상생의 의미를 담고 있다. 대학과 지역사회가 상호 연결돼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현재의 상황이 이 사자성어를 떠올리게 한다. 지역 소멸이라는 공통의 위기 속에서 2개의 머리, 대학과 지역사회는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며 위기를 헤쳐 나가고 있는 것이다.

전문대학은 취업을 목표로 전문기술을 가르치는 교육기관이라는 점에서 일반대학과 차별화된다. 실제로 전문대학의 평균 취업률(2022년 고등교육기관졸업자 취업통계조사 기준)은 72.9%로 일반대학 평균 취업률 66.3%보다 높게 나타난다. 하지만 보다 본질적으로 전문대학은 지역 정주 인력의 양성과 지역사회 구성원의 만족도 제고에 크게 기여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차별성을 지닌다.

우선 일반적으로 지방의 고등학교 졸업생들은 전문대학을 선택할 때 현재 거주지와 가까운 지역의 대학을 선택하고 있으며, 졸업 후에도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지역 전문대학을 선택한 학생들은 그 지역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애착감을 바탕으로 졸업생이 그 지역에서 근무하며 생활을 이어 나갈 수 있도록 전문대학은 지역 내의 대학, 가족, 회사 등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대학 졸업 후 대학 소재지에서 취업하는 학생들의 비율도 일반대학에서보다 전문대학에서 높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춘천 소재의 전문대학인 한림성심대는 1940년대 초부터 올해까지 총 3만8,0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는데, 간호보건 계열을 제외한 학과들의 최근 통계를 보면 신입생의 80%, 졸업생의 70%가량이 춘천을 포함한 강원권과 연계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과거 여러 이유로 학업을 중단했던 이들이 배움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 시간에 덜 구애받으며 배울 수 있는 대안으로 전문대학에 진학하는 경우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전문대학은 이러한 수요를 적극 반영해 사회복지 등 만학도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학과들을 많이 개설하고 있으며, 편의를 위한 야간수업도 운영하고 있다.

한림성심대의 경우 2024학년도에 복지행정전공과 호텔관광전공의 야간학과인 ACE인재융합학부를 신설해 100% 충원을 달성했다. 입학생 중에서 25세 이상의 만학도 비율은 90%에 달한다. 이러한 모집 결과를 통해 잘 드러나듯, 전문대학들은 지역 만학도들의 수요에 적절히 부응하는 교육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지역사회 구성원의 만족도 제고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대학 및 일반대학에 대한 선호로 인해 지방의 전문대학은 여전히 학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으며 살아남기 위한 도전과 혁신을 계속하고 있다. 일례로 한림성심대는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HiVE) 사업 등 정부 사업을 통해 교육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고 있다.

또한 한림성심대를 포함한 지방의 여러 전문대학은 각자의 특색에 맞게 지역사회와 연계하는 노력을 통해 지역사회 활성화를 함께 도모하고 있다. 이처럼 전문대학은 지역사회에서 필요한 전문직업인을 양성하고 수요를 반영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지역 소멸의 방파제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따라서 중앙 정부와 지자체는 지역의 소멸과 청년인구 유출을 막기 위해선 지방의 전문대학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전문대학과 지역사회의 상생 발전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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