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영상]<脫강원인 入강원인>(1)경상도의 강원도 사람들 울진군

45년째 ‘한 마을 두개 道’ 마음은 하나 고포마을

◇고포마을 전경

강원도는 이주민의 역사다.

또한 분단은 강원도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흔적을 만들어 놓았다.

지난 1959년 사라호 태풍 피해로 강원도로 집단이주해 온 경상도 사람들이 분단의 최전방 철원 민통선 마을에서 철책을 머리에 이고 강원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과거 행정구역 개편으로 강원도에서 경기도 경상도 사람으로 살아가는 강원도 사람들을 찾아 이들의 현재 삶을 재조명하고자 한다.

경북 울릉도 독도 울진, 경기 연천군 등 현지를 방문해 이들이 살아온 세월 속에서 지나간 강원도 사람의 흔적을 찾아 ‘脫 강원인… 入 강원인을 찾아서’라는 기획물을 시작한다.

이 기획취재는 동영상 취재를 함께 진행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동시에 기사를 게재함으로써 지면에서 뿐만 아니라 ☞ 인터넷 동영상으로 독자들에게 기사를 제공한다.

앞집에 전화할 때도 시외전화

행정 사무 삼척·울진으로 구분

공동생산·분배 금실 좋은 어촌

■강원도와 경상도가 공존하는 마을

갈매기와 파도 소리가 한적한 풍경을 만들어내는 바닷가 마을에 스피커가 울린다.“울진 고포! 울진 고포! 주민들은 회관 앞으로 오셔서 쌀을 받아가기 바랍니다.군에서 보조해 반값에 나온 쌀이니 받아가길 바랍니다.”

한 명, 두 명… 마을길 아래쪽 동네주민들이 손수레를 끌고 나곡6리 어업인복지회관 앞으로 모인다.

강원도 삼척시 원덕읍 월천2리와 경상북도 울진군 북면 나곡6리 40여 가구가 모여 이룬 고포마을.이 마을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일들이 벌어진다.바로 앞집에 전화할 때도 시외번호를 눌러야 하고 주민들은 군청이나 읍·면 사무소에 일을 볼 때나 선거 때는 삼척과 울진으로 달리 움직인다.실개천을 복개한 평범한 마을길이 강원도와 경상북도를 구분하는 도(道) 경계이다.이곳은 한 마을 두 이름, 한 이름 두 마을이 존재하는 곳이다.

■도(道)는 다르지만 한 마을 주민들

쌀을 나눠주던 장소인 어업인복지회관을 찾았다.마을 노인 일곱 분이 모여앉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경상도 사투리가 아닌 귀에 익숙한 강원도 사투리를 쓰는 노인들.말투는 익숙하지만 그중 이연옥(71) 할머니만 강원도에 거주하고 모두 경상북도 분들이다.

경상북도 분이 많다고 했더니 한 할머니가 “회관이 경상북도에 있어서 그렇다”고 농담을 건낸다.마을 생활에 대해서는 “도(道)가 달라서 행정적으로 불편하지 옛날부터 지금까지 한 마을 주민들로 생각하고 지내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고 하신다.

이곳은 마을잔치도 언제나 함께하고 농사부터 미역채취, 해수욕장 운영까지 함께하는 그야말로 한 마을이었다.

울진 고포마을에 사는 김경한(76) 할아버지는 학창시절 강릉에서 지내며 강릉농공고를 졸업했다고 하셨다.삼척이 고향인 박재동(75) 할머니는 고포마을로 시집왔지만 친척이 강릉에 있어서 며칠씩 지내다 올 정도로 왕래가 잦다고 하셨다.

이기옥 할머니와 이연옥 할머니는 사는 곳은 울진고포와 삼척 고포로 다르지만 자매지간이다.

김월랑(77) 할머니는 “강원도가 경상북도로 편입된 1963년 당시는 나이가 어리기도 했지만 한 마을이라는 생각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어느 도(道)에 사느냐가 아닌 고포마을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오랫동안 살아왔다”며 같은 마을이라는 강한 유대감을 보이셨다.이방인의 눈으로는 신기한 일들이 벌어지는 마을이었다.

■강원도 역사 속의 울진군

경북 울진군은 1963년 1월1일 강원도에서 경상북도로 편입됐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강원도의 도청 소재지인 춘천이 거리상 멀다는 점과 울진의 북쪽 지역이 산세가 험해 강원도와 경계를 나누기 쉬운 지형적 위치에 의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현재의 울진군은 행정구역 개편 후 40여년이 넘게 지나면서 영남지방 문화양식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하지만 강원도 관할 아래 역사적 환경을 겪어 왔기 때문에 역사성은 강원도적인 모습을 갖고 있다.

이렇게 울진은 태백산맥 등 지리적 여건으로 영동과 영남지역의 문화가 복합적으로 형성돼 독특한 문화를 나타낸다.특히 북면과 울진읍 등의 북쪽지역은 강원도적인 문화가, 평해읍 등의 남쪽지역은 경상도의 문화를 보이고 있다.그런 현상은 학파 구분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북면과 울진읍은 영동지방의 영향을 받아 기호학파(율곡학파), 평해읍은 경상도지방의 영향을 받아 영남학파(퇴계학파)가 주를 이루고 있다.이런 현상에 대해 전인식 울진문화원장은 삼척에서 서당을 하며 후학을 양성하던 민씨들이 삼척과 북면에서 활동한 것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강원도를 떠난 울진

울진은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강원도의 영향을 받아 아직은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하지만 근대사에 행정구역 개편이라는 사건 이 후 빠르게 경상도적인 모습과 문화로 변하고 있다.

편입 이후 숙원사업이었던 울진∼봉화 간 36번 국도가 개설됐고 예산지원이 개선됐다.삼척 고포마을의 경우는 울진군 북면 부구리에 원자력발전소가 들어서면서 같은 마을의 울진 고포마을 주민들이 받았던 지원금을 받지 못했다.삼척 고포마을 주민들에게 투표를 실시한 결과 90% 이상이 울진으로의 통합을 찬성했다고 한다.강원도에 대한 기억과 향수가 없는 세대들의 등장과 경상북도 편입이 가져다 준 혜택 때문이다.강원도 울진에서 경상북도 울진으로 변화가 빠르게 이루어지는 지금이다.

“내 친할머니도 삼척 분이다.지금은 행정구역이 경상북도로 바뀌어서 경상도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나의 7할은 강원도가 키웠다”는 북면 출신 전인식 울진문화원장의 말이다.강원도를 기억하는 세대의 마지막 증언이자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는 탈(脫) 강원인들의 모습이다.

최유진·허우진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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