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청봉]인제 가을꽃축제 진정한 성공…이제부터가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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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경 인제 주재 부장

한 15년전 쯤이다. 취재차 강원도와 자매결연을 맺은 일본 돗토리현(鳥取県)을 방문했다. 일본 서부 해안에 위치한 돗토리현은 지형 등이 강원도와 유사하다. 현 제2의 도시인 요나고시(米子市)를 방문했을 때 현 관계자들은 강원도 방문단을 하나카이로(花回廊)로 안내했다. 하나카이로는 대형 꽃 정원 또는 플라워파크로 보면 된다. 외국 방문단이 오면 가장 먼저 안내하는 지역 관광 명소다. 1999년 개장해 현에서 운영하고 있다. 회랑을 들어서면 먼저 규모부터 놀란다. 50만㎡ 면적에 대온실과 주제별 가든이 들어선 시설을 온전히 둘러보려면 하루가 모자랄 정도다. 그 중에서도 하나카이로가 자랑하는 것은 야생 백합이다. 일본에 자생하는 야생 백합 15종 모두를 보유한 일본 내 유일한 시설로 그들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대온실에서 자라는 다양한 식물을 연중 볼 수 있어 일본에서도 1년 내내 관광객이 끊이질 않는 대표적인 관광명소다.

우리나라 자치단체 가운데 두 번째로 넓은 면적을 보유한 인제군에서는 이번 달 의미 있는 축제가 펼쳐졌다. 축제를 소개하기 전에 먼저, 인제군은 전체 면적 가운데 산림이 80%에 이를 정도로 산이 많다. 설악산과 점봉산 곰배령 방태산 대암산 등 고산준령 명산을 보유한 인제는 그만큼 수려한 자연경관을 갖췄다. 산이 많다는 것은 산과 관련 경쟁력이 있고 발전 가능성도 높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자연 환경을 배경 삼아 만든 축제가 인제 가을꽃축제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은 축제는 중간에 코로나19로 2년간 제대로 된 행사를 개최하지 못 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외부행사 마스크 의무착용 해제와 인원제한이 풀린 올해 축제기간 17일동안 공식 집계로 약16만명이 방문했다. 군 인구 5배에 이르는 수치다. 내설악 첫 단풍이 내리는 용대리에서 수십만 송이로 둘러쌓인 꽃길을 걷자는 테마를 내세운 것이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인 것으로 분석된다.

인제군은 2017년 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으로 지역을 관통하는 국도 통행량이 급감하면서 지역 상경기도 침체 일로를 걸었다. 그동안 다양한 축제의 부침이 있었던 바, 지역을 대표하는 축제를 만드는 것은 어려웠을 것으로 짐작된다. 전국의 자치단체마다 관광과 지역경기활성화를 외치며 관광객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주민들의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어떡하든 되겠지 손을 놓고 있으면 뒤쳐지는 것은 자명하다.

일본 교세라 그룹의 창업자이자 적자에 허덕이던 일본항공(JAL)을 3년만에 흑자로 일으켜 세운 이나모리 카즈오 교세라 명예회장(1932~2022)은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만큼 다양한 명언을 남겼다. 그는 “신이 손을 뻗어 도와주고 싶을 정도로 일에 전념하라.”, “여러분이 잘 때에도 누군가는 깨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여러분도 이에 지지 않으려면 노력을 더 해야 한다”고 했다. 남들 하는 만큼 해선 상대방을 따라 잡을 수 없으니 신도 도와 줄 만큼의 노력을 강조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당연한 명제다. 자치단체의 축제도 마찬가지다.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짜내서 방문객들이 찾아올 축제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인제의 가을꽃축제는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하고 싶다. 내설악의 단풍과 가을꽃을 연결해 만든 축제에 16만명을 불러모은 것은 고무적이다. 아이템이 있다면 코로나19 시대에도 사람들이 찾아온다는 것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앞으로가 문제다. 비슷한 축제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성공을 위해서는 ‘죽을 만큼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나모리 카즈오 회장의 명언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가을꽃축제가 대한민국 대표 가을축제로 성장할지 ‘그저 그런’ 축제로 전락할 지 이제부터는 자치단체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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