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발언대]청정 설악권으로 오는 길

안찬주 미시령관통도로 대표

수도권에서 해가 뜨는 동해를 볼 수 있는 최단 거리인 청정 설악권역(속초, 인제, 고성, 양양)은 고속도로와 국도를 통해 2시간 내에 접근이 가능하다. 훌쩍 일상을 벗어나 설악산의 웅장함과 동해의 푸른 물은 삶에 활기를 불어넣기 그만이다. 강원도가 발전하려면 우리가 보유한 천혜의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관광지로서 이미지를 부각하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인천에 제3경인고속도로가 뚫리면서 송도 주민들이 강남 백화점을 가기 수월해져 인천 백화점의 매출이 줄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지역 주민이 좋은 물건을 살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는지는 몰라도 지역경제를 위해 무엇을 공헌했을까? 강원도는 관광객들이 돈을 쓸 수 있는 곳으로 만드는 것이 지역경제에 도움될 것이다.

전국 어디를 가나 관광지에서 팔리는 기념품은 동일한 것이 많다. 우리는 강원도만의 내세울 만한 무언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면 인제의 원대리 자작나무숲을 가 보면 자작나무를 이용한 공예품을 팔고 있는데, 지역을 방문한 후 기억할 수 있는 좋은 기념품이 될 것이다.

속초를 찾는 이들은 힐링을 원한다. 서울양양고속도로는 터널이 60% 이상이라 오가는 길에 자연의 풍광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목적지에 가기 바쁜 모양새다. 그래서 국도 44호선, 46호선이 주는 가치를 이용자들에게 누리게 해 줄 필요가 있다. 급하지 않게 돌아가며 지역의 아름다움을 느낄 만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설악산을 즐기며 동해로 오는 길은 예로부터 한계령, 미시령, 진부령을 통해 이뤄졌지만 폭설, 태풍 등으로 도로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통행에 애로가 많았다. 미시령터널 개통으로 애로가 다소 해소돼 찬사를 받았으나 지금은 서울양양고속도로가 뚫리면서 교통량이 급격히 줄어 애물단지가 되고 말았다. 어찌 이렇게 될 줄 알았을까?

고속도로로 인해 교통량이 급감하는 것에 대한 처방은 백약이 무효인데 주무관청은 그 사정을 알면서도 대책을 내놓으라며 실시협약된 내용도 신설된 유료도로법을 들어 무력화시키려 하니 답답할 뿐이다. 수도권에서 속초를 오려면 내비게이션이 고속도로를 우선적으로 안내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내비게이션 운영 회사에 문의를 하면 알고리즘을 바꾸기 어렵다는 말이 돌아온다. 다양한 루트가 만들어져 있지만 그 순위는 빠른 길이 최우선이다. 그렇다고 관계자들이 손을 놓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지자체에서 지역의 작은 축제, 특산품, 먹거리 등 소소한 것을 하나씩 발굴해 그것이 모인다면 크게는 아니더라도 변화의 바람은 불 수 있다. 그래서 44번 국도를 ‘미시령힐링가도’로 명명하고 국화축제 등으로 국도변에 관광객을 유치하는 인제군의 모습은 매우 고무적이다.

관광 인구가 는다는 것은 현대인이 속도에 매몰되지 않고 살아가는 여유를 느끼고 자연과 맛난 음식을 가성비 높게 즐길 수 있어 다시 찾는 모습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청정 설악권으로 오는 미시령힐링가도에 멋진 볼거리와 먹거리가 풍성하다면 관광객들의 행로에 풍미가 더해질 것이다. 이제 무덥던 여름도 막바지에 와 있고 설렘을 주는 가을 단풍을 기다리며 오늘을 보낸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피플 & 피플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