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조계종 "자승스님 유언서 추가 발견…절대 피안의 세계로 깨달음의 성취를 하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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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만나며 밝혀
입적 경위·동기 둘러싼 여러 논란에 대해 '종교적 선택說' 무게
경찰, "화재 현장 법구 자승스님으로 확인"…국과수 감정 결과

◇지난 30일 서울 조계사 대웅전에 마련된 자승스님 분향소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을 비롯한 스님들이 추모 법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속보=지난달 29일 칠장사 화재로 입적한 전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69)의 유서가 추가로 발견됐다.

현 조계종 총무원장인 진우스님은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종 총본산 조계사 대웅전에 마련된 자승스님 분향소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등 조문객으로 맞이한 자리에서 "자승스님의 유언서 여러 장을 자승스님의 거처에서 전날 발견했다"고 밝혔다.

진우스님은 자승스님이 "정토 극락 니르바나의 세계, 깨달음의 세계를 항상 추구하셨기 때문에 그런 순간을 스스로 맞이하셨다고 생각한다"고 유서를 통해 짐작되는 내용을 간접적으로 전했다.

이어 "당신(자승스님)께서는 누구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정법 포교에 임하셨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불교의 근본 목적인 해탈, 열반, 성불 깨달음의 세계에 대해서 항상 그 경계선상에서 계셨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금까지 나온 여러 정황상 제가 볼 때는 상당한 기간 생각을 하셨던 것 같고, 다만 그 시기가 이때였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진우스님은 "일반인은 잘 이해를 잘 못하시겠지만 수행자 사이에서는 충분히 있는 일"이라며 "또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백 자나 되는 높은 장대 위에 다달아 또 한걸음 더 나아간다), 방하착(放下着·내려놓으라는 뜻의 불교 용어) 이라는 화두가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상대적인 세계에서 벗어난 절대 피안의 세계로 깨달음의 성취를 하신 것 같다. 그 이상 그 이하, 덧붙이거나 왈가왈부할 문제가 이제 아닌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언은 자승스님의 입적 경위와 동기 등에 관해 여러 의구심이 제기되는 가운데 종교적인 차원에서 이뤄진 수행자의 선택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에 무게를 싣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30일 오전 경기도 안성시 칠장사 요사채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등 관계자들이 화재 원인을 찾기 위한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화재 사고를 수사 중인 경기 안성경찰서는 "지난달 29일 칠장사 요사채(승려들이 거처하는 장소) 화재 현장에서 발견된 법구가 자승스님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자승스님과 유족의 DNA를 감정 의뢰한 결과 이같이 회신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시신 부검에서는 "화재사로 추정된다"는 1차 소견을 전달받았다.

경찰은 또 국과수, 소방당국 등 관계기관과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진행한 결과 발화부는 요사채 좌측 방으로 추정되며, 발화원은 현 단계에서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불이 난 요사채는 방 2개와 마루, 화장실 등이 있는 구조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화재 경위는 국과수 정밀 감정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추후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조계종 대변인인 총무원 기획실장 우봉스님은 지난 30일 서울 종로구 소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자승스님이 종단 안정과 전법도생을 발원하면서 소신공양 자화장으로 모든 종도들에게 경각심을 남기셨다"고 말했다.

소신공양(燒身供養)은 불교에서 자기 몸을 태워 부처 앞에 바치는 것을 의미한다.

◇자승스님 열반송[대한불교조계종 제공]

또한 "자승스님은 생사가 없다 하나 생사 없는 곳이 없구나. 더 이상 구할 것이 없으니 인연 또한 사라지는구나"라는 열반송(스님이 입적에 앞서 수행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후인들에게 전하기 위해 남기는 말이나 글)을 남겼다고 전했다.

자승스님의 장례는 서울 종로구 소재 총본산인 조계사에 분향소를 마련해 오는 3일까지 조계종 종단장으로 치러진다. 3일 영결식을 마친 뒤 자승스님의 소속 본사인 용주사 연화대에서 다비장이 봉행된다.

자승 스님은 1954년 춘천 출신으로 1972년 해인사에서 지관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74년 범어사에서 석암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받았다. 제30대 조계종 총무원장 정대스님의 상좌도 지냈다.

동화사, 봉암사 선원 등에서 안거 수행하고 수원 포교당, 삼막사, 연주암 주지 등을 역임했다. 1986년부터는 총무원 교무국장으로 종단 일을 시작했다.

이후 총무원 재무부장, 총무부장 등을 지내고 조계종 중앙종회의원을 4선 했다. 2006년 14대 전반기 중앙종회에서는 의장을 지냈다.

1997년부터 5년간 과천종합사회복지관 관장을, 2004년부터는 은사인 정대스님이 만든 은정불교문화진흥원 이사장을 맡아 불교단체와 불교학자, 청년들을 지원하는 등 대사회활동도 진행했다.

또한 종책모임 화엄회와 함께 베트남 고엽제 피해자와 캄보디아, 미얀마 등도 도왔다.

지난 2009년 55세에 역대 최고 지지율로 조계종 33대 총무원장으로 선출됐으며 2013년에는 연임에 성공했다. 2022년에 상월결사를 만든 뒤 부처의 말씀을 널리 퍼뜨리는 전법 활동에 매진해왔다.

◇지난 3월23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상월결사 인도순례 회향식에서 상월결사 회주 자승 스님이 108배를 하는 모습.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은 43일 동안 인도와 네팔에서 1천167km 도보 성지 순례를 마친 뒤 이날 회향식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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