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자승스님, 유언장에 "탄묵, 탄무, 탄원, 향림, 2억씩 출연해 토굴복원하라" 상좌 4명에 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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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장 중 일부 공개…"끝까지 함께 못해 죄송…종단 미래 잘 챙겨달라"
"결제 때마다 각 선원에서 정진하는 비구 비구니 스님들 진심으로 존경"
"수행종단인데 여러 소임을 살면서 수행을 소홀히 한 점을 반성합니다"

◇조계종 대변인 기획실장 우봉스님이 1일 오후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회의실에서 조계종 전 총무원장 해봉당 자승 대종사의 유언장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속보=지난달 29일 칠장사 화재로 입적한 전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69)의 유서 10여장이 추가로 발견됐다.

조계종은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다"며 "종단의 미래를 위해 힘써달라"는 내용이 담긴 자승스님의 유언장 가운데 일부를 공개했다.

자승스님은 이 유언장에 '총무원장 스님께'라고 적은 뒤 "끝까지 함께 못해 죄송합니다. 종단의 미래를 잘 챙겨주십시요"라고 당부했다.

또한 "상월선원과 함께 해주신 사부대중께 감사합니다. 우리 종단은 수행종단인데 제가 여러 소임을 살면서 수행을 소홀히 한 점을 반성합니다"라고 수행자들에게 메시지도 남겼다.

여기에는 "결제 때마다 각 선원에서 정진하는 비구 비구니 스님들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존중합니다. 해제 때마다 많은 선지식들이 나와 침체된 한국불교를 이끌어 가주시길 서원합니다"라는 내용도 들어 있다.

아울러 "탄묵, 탄무, 탄원, 향림, 각자 2억씩 출연해서 토굴을 복원해주도록"이라고 당부한 뒤 "25년도까지 꼭 복원할 것"이라고 시한도 제시했다. 탄묵, 탄무, 탄원, 향림은 자승스님의 상좌(제자)스님들의 법명이다.

조계종은 이 메시지가 화재로 소실된 칠장사 복원과 관련된 말씀이라고 해석하면서도 자승스님이 입적한 칠장사 화재와 관련된 구체적 내용은 유언장에 담기지 않았다고 밝혔다.

◇ 1일 오후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회의실에서 공개된 조계종 전 총무원장 해봉당 자승 대종사의 유언장.

조계종 대변인인 총무원 기획실장 우봉스님은 "소신공양(燒身供養·불교에서 자기 몸을 태워 부처 앞에 바치는 것)과 관련된 내용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유언장은 자승스님이 회주(큰스님)로 있는 봉은사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은정불교문화재단의 숙소에서 발견됐다.

우봉스님은 자승스님이 올해 3월 상월결사 인도 순례가 끝난 뒤 '혹시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내방 어디 어디를 열어봐라'는 이야기를 했고 당시 지인들이 '그런 말씀을 마시라'고 손사래를 쳤다고 전했다.

그 얘기를 들었던 스님 중 한 명이 전날 그 일을 떠올리고 숙소를 방문해 해당 장소를 확인하니 유언장이 여러 장 발견됐다는 것이다.

발견된 유언장은 전체 10여장이며 여기에는 자승스님이 평소 했던 생과 사에 대한 이야기나 종단에 관한 당부 등이 담겨 있다고 조계종은 설명했다.

이 가운데 개인적인 내용은 제외하고 종단에 대한 당부 및 칠장사에 타고 간 차에서 발견된 메모와 연관된 내용을 선별해 공개하는 것이라고 조계종은 덧붙였다.

앞서 우봉스님은 지난 30일 서울 종로구 소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자승스님이 종단 안정과 전법도생을 발원하면서 소신공양 자화장으로 모든 종도들에게 경각심을 남기셨다"고 말했다.

또한 "자승스님은 생사가 없다 하나 생사 없는 곳이 없구나. 더 이상 구할 것이 없으니 인연 또한 사라지는구나"라는 열반송(스님이 입적에 앞서 수행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후인들에게 전하기 위해 남기는 말이나 글)을 남겼다고 전했다.

◇지난 29일 경기 안성시 칠장사 내 스님이 머무는 숙소인 요사채에 발생한 화재로 대한불교조계종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입적한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30일 오전 국가과학수사관들이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자승 스님은 1954년 춘천 출신으로 1972년 해인사에서 지관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74년 범어사에서 석암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받았다. 제30대 조계종 총무원장 정대스님의 상좌도 지냈다.

동화사, 봉암사 선원 등에서 안거 수행하고 수원 포교당, 삼막사, 연주암 주지 등을 역임했다. 1986년부터는 총무원 교무국장으로 종단 일을 시작했다.

이후 총무원 재무부장, 총무부장 등을 지내고 조계종 중앙종회의원을 4선 했다. 2006년 14대 전반기 중앙종회에서는 의장을 지냈다.

1997년부터 5년간 과천종합사회복지관 관장을, 2004년부터는 은사인 정대스님이 만든 은정불교문화진흥원 이사장을 맡아 불교단체와 불교학자, 청년들을 지원하는 등 대사회활동도 진행했다.

또한 종책모임 화엄회와 함께 베트남 고엽제 피해자와 캄보디아, 미얀마 등도 도왔다.

지난 2009년 55세에 역대 최고 지지율로 조계종 33대 총무원장으로 선출됐으며 2013년에는 연임에 성공했다. 2022년에 상월결사를 만든 뒤 부처의 말씀을 널리 퍼뜨리는 전법 활동에 매진해왔다.

자승스님의 장례는 총무원장인 진우스님을 장의위원장으로 하는 장례위원회를 꾸려 서울 종로구 소재 총본산인 조계사에 분향소를 마련해 오는 3일까지 조계종 종단장으로 치러진다. 3일 영결식을 마친 뒤 자승스님의 소속 본사인 용주사 연화대에서 다비장이 봉행된다.

◇지난 30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에 마련된 자승스님 분향소에서 스님들이 헌화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자승스님이 입적한 지 사흘째를 맞은 1일 분향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추모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분향소 설치 이틀째인 이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국회 불자 모임 회장인 주호영 의원 등과 조계사 대웅전을 방문해 자승스님의 사진이 걸린 영단에 헌화하고 3배를 올렸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스님의 가르침을 잘 이어가겠습니다. 극락왕생을 기원합니다"라고 조문록을 남겼다. 그는 "납득이 잘 안되기도 하고, 갑작스럽게 이별하게 돼서 많이 놀랐다"고 자승스님의 입적 소식을 들었을 때의 심경을 언급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조계사를 찾아와 헌화하고 3배를 올렸다. 그는 "앞으로 큰스님 뜻 받들어서 화합의 통합의 정치하겠다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권성동·조경태·김학용·윤재옥·정진석·배현진·최재형 의원,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 및 정청래·이상헌 의원, 정의당 심상정 의원 등도 이날 조문 행렬에 동참했다.

김대기 비서실장, 이관섭 정책실장, 황상무 시민사회수석 등 대통령실 인사와 추경호 경제부총리, 김영호 통일부 장관, 한화진 환경부 장관 등 정부 주요 직위자도 분향소를 방문했다.

다른 종교 지도자의 조문도 이어졌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분향소를 찾아와 헌화·분향하고 영단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개신교 연합기관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이영훈 대표회장, 원불교 교정원장 나상호 교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인 김종생 목사, 박상종 천도교 교령, 김령하 한국민족종교협의회 회장, 최종수 유교 성균관 관장도 분향소를 찾아왔다.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는 "자승 큰스님께서는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 의장과 제33·34대 총무원장을 역임하시면서 격변의 혼란을 극복하고 소통과 화합을 통해 종단의 위상을 높이셨다"며 "큰스님께서 마련하신 초석 위에 종단 미래의 당우(堂宇)를 세우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추도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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