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대통령실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 철회 안 해…공수처, 임명 전까지 왜 소환 조사 안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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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이 대사에 대해 지난해 12월 출국금지 조치
이 대사, 공관장 교육 출국 전 화상으로 수료

◇[사진=연합뉴스]

대통령실은 14일 '해병대원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수사를 받던 중 임명된 이종섭 주 호주대사에 대한 야당의 임명 철회 요구에 대해 "임명 철회 가능성은 없다"고 못박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이 대사 임명 철회는 사리에 맞지 않는다"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이 대사가 국방부 장관이던 지난해, 해병대 수사단이 채상병 순직 사건의 책임자를 조사하는 과정에 부당한 외압을 행사하고 경찰에 적법하게 이첩된 수사 기록을 회수하게 했다고 주장하며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한 바 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이 대사 임명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정부는 호주가 최근 국방·방산 분야에서 우리와 협력을 강화해온 점을 고려해 지난해 일찌감치 이 대사를 호주대사에 내정했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이 대사는 수사가 진행 중인 지난 4일 호주대사로 공식 임명됐고 사흘 뒤 공수처에서 조사받았다. 그리고 다음 날 출국금지 조처가 해제되면서 10일 호주로 출국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수사를 받는 와중에 대사 임명을 강행했어야 하나'라는 지적에 대해선 "이 대사는 엄밀히 말해 피고발인 신분"이라며 "출국 전 공수처를 찾아가 조사를 받았고, 언제든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으로도 재외 공관장회의 등 계기가 있을 때 충분한 조사가 가능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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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은 일각에서 이 대사가 출국금지를 당한 사실이 인사 검증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았다고 비판하는 것과 관련, 공수처법을 들며 "인사 검증을 이유로 공수처에 관여할 수 없다"며 반박했다.

'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3조 3항'이 '대통령, 대통령비서실의 공무원은 수사처의 사무에 관하여 업무보고나 자료 제출 요구, 지시, 의견제시, 협의, 그밖에 직무수행에 관여하는 일체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야당이 무리하게 '해외 도피 프레임'을 씌워 공세를 펴고 있다는 기류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와중에 임명을 철회하면 그 전략에 말리는 것일 뿐, 여당의 총선 득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임명을 철회하면 오히려 더 일을 키우게 되는 꼴"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일각에선 공수처가 지난해 9월 민주당 고발장이 접수된 이후, 이 대사 출국금지 조처를 한 뒤 대사 임명 전까지 소환 조사를 하지 않은 배경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다른 관계자는 "출국금지는 통상 피의자가 해외 도주 우려가 있다든지 예외적 상황에서 한다"며 "거주지도 확실한 전 공직자를 출국금지를 계속 연장만 하고, 소환조사나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한편, 이 대사는 해외 부임 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공관장 교육을 출국 전 화상으로 수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사처럼 정기 인사가 아니라 수시 발령에 따라 부임하는 공관장은 화상으로 공관장 교육을 이수한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한편 이날, 법무부가 이 대사에 대해 지난해 12월 출국금지 조치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법무부는 당시 출국금지 사실이 법무부 장·차관이나 대통령실에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치권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해 12월 공수처의 요청에 따라 이 대사를 처음 출국 금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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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같은 해 9월 5일 채 상병 수사외압 의혹 사건과 관련해 이 대사를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한 내용을 검토한 뒤 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공수처는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이 대사 등에 대한 출국금지 기간을 연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와 공수처는 출국금지가 처음 이뤄진 구체적인 시점은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2일 출국금지 시점과 관련해 "제가 장관 그만 둔 다음"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한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21일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지명돼 퇴임했다.

다만 법무부는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이 대사에 대한 출국금지 당시 법무부 장·차관이나 대통령실에 일체 보고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관련 정보 보고가 생성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기본적으로 출국금지 조치와 관련한 서류는 내용이 간략해 실무선에서는 해당자가 이 대사라는 사실을 모를 수도 있고, 따라서 당시 장관이 재임 중이었는지와 상관없이 윗선에는 보고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것이 법무부 측 설명이다.

야권을 중심으로 제기된 '대통령실이 이 대사의 출국금지 사실을 알고도 주호주 대사 임명을 강행한 것 아니냐'는 주장에 반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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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혁신당에 입당한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 등에서 '중요 인물에 대한 출국금지가 이뤄지면 장·차관과 민정수석실까지 보고한다. 인사 검증에서 출금 사실을 파악할 수 없었다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법무부는 "차 전 본부장의 발언은 명백히 허위"라고 강조했다.

또 수사받는 피의자의 이의신청 인용 사례가 거의 없다는 차 전 본부장 주장에 대해서도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수사기관이 요청한 출국금지에 대한 이의신청 6건을 인용했다"고 반박했다.

공수처가 '출국금지 유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냈지만 결국 해제한 것을 두고도 "6건 모두 수사기관은 출국금지 해제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법무부는 "거짓 발언으로 법무부 출국심사 업무의 신뢰를 훼손한 차 전 본부장과 아무런 사실 확인 없이 허위 사실을 여과 없이 보도한 해당 언론사에 대해 상응하는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사는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해병대 채모 상병 사건과 관련해 임성근 1사단장 등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고 본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를 결재한 뒤 이를 번복하고 경찰에 이첩된 자료 회수를 지시하는 등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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