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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의대 교수 집단 사직, 지금은 환자 지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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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의대 교수들이 지난 25일부터 집단 사직서 제출에 들어갔다. 도내 의대 교수들도 집단 사직 동참에 대해 논의 중이다. 정부가 확정한 2,000명 의대 증원과 배정 결정을 철회하지 않으면 정부와 대화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정부의 증원과 배정 철회 의사가 있다면 국민 앞에서 모든 현안을 논의하겠다”고 했다. 지난 20일 2025학년도 의대 정원 배정안 발표로 확정된 2,000명 증원을 정부가 철회하는 게 전제조건이라는 것이다. 주 52시간 근무, 외래진료 축소 등을 강행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의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을 유예하는 쪽으로 정부가 한발 물러서면서 대화의 장이 마련된 듯했으나 의사들이 결국 이를 거부한 상황이다.

의사들의 사직서 제출로 가장 불안에 떠는 사람은 환자들이다. 교수들이 사직서를 냈다고 당장 병원을 떠나는 것은 아니지만, 환자들은 사직서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교수들의 주 52시간 근무에 이어 다음 달부터 대형병원의 외래 진료가 최소화될 경우 적잖은 의료 차질이 예상된다. 의대 교수들은 면허정지로 전공의들을 협박하지 말라고 하면서, 자신들은 사직서로 환자들을 볼모 삼아 더 큰 협박을 하고 있다는 비난을 새겨들어야 한다. 의사들이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의사를 늘리면 왜 의료체계가 붕괴된다는 것인지는 납득하기 어렵다. 증원 철회만을 강변해선 민심을 얻을 수 없다. 의료계가 ‘의사를 이기는 정부는 없다’는 비뚤어진 사고에 갇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오만한 행태를 보인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의사들의 반발로 27년간 의대 정원을 늘리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2000년 의약분업 실시를 계기로 정원을 351명 줄여 필수·지역 의료 붕괴 위기를 초래했다. 의대 정원은 헌법상 국민 건강권 보호 의무를 부여받은 정부가 각계의 의견을 듣고 면밀히 검토해 결정한 뒤 책임질 사안이지 결코 의사의 허락을 받을 사안이 아니다. 증원이 확정된 의대들은 5월 입시요강 발표에 맞춰 후속 절차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교육부도 정원 확대 의대들을 대상으로 시설과 교수 인력 등이 얼마나 더 필요할지 수요조사에 들어갔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의 필수·지역 의료가 붕괴될 처지에 놓여 있다. 의대 교수와 전공의들이 한발 양보해야 이 같은 사태를 수습할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 지금은 환자들의 고통을 줄이고 의대 교수들이 주축이 돼 앞으로의 의료개혁 세부안을 논의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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