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유병욱의 정치칼럼]이광재가 내년 총선에 ‘승부’를 걸어야 하는 이유

유병욱 서울본부장

총선이 다가오면서 평창 출신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의 거취가 관심이다. 출마할 것인가 말 것인가, 출마를 한다면 어디로 나설 것인가 등등에 따라 해당 지역구에 대한 여야의 선거 전략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장은 총선에 대한 언급은 피하고 있지만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3선 국회의원,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 등 화려한 이력을 가진 그의 출마 여부를 놓고 여의도에서는 설왕설래가 오간 지 오래다. 지역에서도 그렇다. 아직 ‘이광재’라는 이름 석 자에 향수를 갖고 있는 많은 주민은 그의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갖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 보니 총선을 앞둔 이 총장의 향후 행보를 놓고 여러 시나리오들이 나온다.

최근 많이 거론되는 것이 ‘강원지역 출마설’이다. 지역 민주당 인사들이 이 총장에게 도내 출마를 권하고 있다는 얘기와 함께, 그가 일부 시·군을 오가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는 말까지 돌면서 이 같은 소문이 확산됐다. 그래서 홍천-횡성-영월-평창이나 원주 등이 출마지로 오르내리기도 했다.

‘서울 지역구 출마’도 유력하게 거론된다. 그가 정치적으로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강원보다 서울을 기반으로 국회에 진출해야 한다는 논리다. 지역을 넘어 인구가 많은 수도권에서 이름을 알리고 성공을 해야 이른바 ‘전국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그 근거다.

여기에 내년 총선에 나서지 말고 한 템포 쉬어가는 것이 낫다는 입장도 있다. 지금처럼 정쟁이 난무하는 정치판에 휩쓸리는 것보다 외곽에서 몸집을 키워 총선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총선 불출마론’은 대선으로의 직행을 바라는 측근 그룹에서 제기되는 안이다.

이 총장은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연말까지는 현직(국회 사무총장)에 충실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정치상황은 그를 그때까지 내버려둘 것 같지 않다. 특히 그가 속해 있는 민주당이 당대표 상황과 맞물리면서 복잡하게 흐를 수 있기 때문에 결단의 시점은 그보다 당겨질 가능성이 크다.

나는 그래서 이 총장이 출마 결심을 서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불출마는 그를 다시 잊힌 인물로 만들 개연성이 높다. 정치활동을 할 수 없었던 지난 10년간의 경험을 그가 또다시 할 필요는 없다.

강원지역에서의 출마도 그만큼 했으면 됐다. 지난 지방선거 때 국회의원이던 그를 차출해 도지사로 내보냈던 민주당도 이제는 지역의 테두리에서 놓아줄 필요가 있다. 더욱이 내년 총선에 출마할 도내 민주당 후보군의 윤곽이 이미 잡히고 있고, 8석밖에 되지 않는 자리를 놓고 그 안에서 다툼을 벌이는 것보다 다른 곳에서 강원의 영역을 넓히는 것이 지역 발전에도 효과적이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 선거판을 이끌어 줄 리더가 필요할지는 모르겠으나 지방선거에서 봤듯, 잘못하다간 이 총장마저 정치적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

그래서 이 총장은 서울 출마가 가장 이상적이다. 그가 오랫동안 살고 있던 ‘정치1번지’ 종로에서 전국적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당선된다면 그는 여세를 몰아 다가오는 대선에서 다시 한번 꿈을 펼칠 수 있다.

다만, 여기에도 난관은 있다. 출마 적격지로 꼽히는 종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가 현재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는 곳이다. 노 전 대통령의 ‘오른팔’이던 이 총장 입장에서 그와 경쟁하는 모양새는 난감한 일이다.

이러한 문제는 당이 나서서 정리해줘야 하지만,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민주당 주류들이 과연 이광재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하는 것도 미지수다. 차기 대선의 경쟁자가 될 지도 모르는 그에게 종로뿐 아니라 서울의 지역구를 쉽게 내주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총선이 다가올수록 당내에서 경쟁력 있는 이광재를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나온다는 점이다.

이제 남은 것은 이 총장의 결단과 신속한 움직임이다. 현재의 객관적 정세는 그에게 유리하지 않다. 결국은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스스로 길을 만들고 정치력으로 돌파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성공시켜야 그도 살고, 그가 애정하는 강원특별자치도도 힘을 받는다. 총선까지 남은 기간은 200여일. 선택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의 명석함이 빛을 발해야 할 때다.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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