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특별자치도가 AI·반도체 융합 전문인력 양성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지난 15일 강원대에서 열린 발대식을 통해 도는 오는 2029년까지 총 450명의 전문인력을 배출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 사업은 강원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생산성본부(KPC) 등 국내 최고의 연구·교육기관이 참여하며, AI반도체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협약까지 체결하는 등 범국가적 차원의 협력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금 강원자치도는 ‘반도체 전성시대’를 맞아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이번 사업은 강원자치도가 추진 중인 10개 반도체 국책사업 중 하나이며, 현재까지 총 2,3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자되고 있다. 단순한 기술 이전이나 연구 협력에 그치지 않고, 핵심 기술인 반도체 설계와 시스템 응용을 포괄하는 전문인재를 직접 길러낸다는 점에서 이 사업은 강원자치도의 미래산업 경쟁력을 결정짓는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재 양성 과정은 단기 교육에 머물지 않고 자격증 취득까지 연계되는 실무 중심의 커리큘럼을 갖추고 있다.
KPC가 주관하는 AI시스템 반도체 응용 교육을 통해 학생들은 수료증과 함께 산업현장에서 바로 활용 가능한 2종 자격증(DSAC, ASAT)을 취득한다. 특히 ETRI의 반도체 설계 교육은 강원자치도의 기술 인프라를 한층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강원대가 모집한 교육생 55명 중 73%가 3~4학년 재학생 및 취업준비생이라는 사실은, 이 사업이 청년층에게 실질적인 진로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인재 육성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들이 지역에 정착해 실질적인 산업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선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이 병행돼야 한다. 즉, 양성된 인재들이 도내에서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반도체 관련 기업의 집적화, 창업 지원, 후속 연구개발 투자 등 전방위적인 산업 생태계 조성이 중요하다. 이는 단순한 교육사업이 아니라 산업 전략 차원의 접근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강원자치도와 관계기관의 책임이 막중하다. 또한 강원자치도만의 특성이 반도체 전략에 반영돼야 한다. 수도권에 비해 자연환경이 쾌적하고 토지 확보가 용이한 강원자치도의 장점은 첨단 산업단지 유치에 유리한 조건을 제공한다. 여기에 맞춤형 인프라 투자와 행정 지원이 더해진다면 강원자치도는 단순한 인재 배출지를 넘어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거점으로 부상할 수 있다. 이번 사업이 강원자치도의 미래를 여는 관문이 되기 위해서는 철저한 후속 관리와 지속 가능한 지원 체계가 수반돼야 한다. 반도체는 속도와 정밀도가 생명인 산업이다. 강원자치도의 인재 양성과 산업 전략도 이에 걸맞은 치밀함을 갖춰야 함은 물론이다. 지역 대학의 역할 확대, 지자체의 적극적인 기업 유치 활동,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 체계 구축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