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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청년농 ‘빚내서 시설 지어야 대출’ 제도 개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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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인구 소멸 위기에 처한 농촌을 살리겠다며 ‘청년농 육성’을 국정 과제로 내걸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정부의 지원 사업이 청년들의 정착을 돕기는커녕, 오히려 높은 진입 장벽과 빚더미를 안기는 ‘희망고문’이 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청년후계농 육성자금 대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모순은 창업의 꿈을 안고 농촌을 찾은 청년들을 다시 도시로 내모는 결정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대출 실행 조건의 선후관계가 뒤바뀌어 있다는 점이다. 축사나 시설하우스를 지으려는 청년농들은 대출을 받기 위해 먼저 시설을 완공하고 사용승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초기 자본이 부족한 청년들에게 ‘먼저 돈을 들여 건물을 지으면 대출해 주겠다’는 방식은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다. 결국 청년들은  고액의 사채를 빌리거나 제2금융권의 고금리 대출에 손을 벌려 시설을 짓는 도박을 감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사업 기한을 넘기면 대출 한도가 깎이는 페널티까지 부과된다. 이러한 사태의 근본 원인은 정부의 정책 지침과 시중 은행의 담보 규정이 따로 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청년의 미래 가치를 보고 지원하겠다고 공언하지만, 실제 대출 업무를 수행하는 은행은 철저하게 ‘실물 담보’라는 기존 잣대를 들이댄다. 위험 부담을 지지 않으려는 금융권의 태도와 이를 방관하는 당국의 행정 편의주의가 맞물려 청년농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는 것이다. 창업 초기 자금이 가장 절실한 시기에 정작 돈을 쓸 수 없는 구조라면, 그 지원 사업은 존재 이유를 상실한 것이나 다름없다.

농지 확보의 어려움 또한 신규 진입을 가로막는 거대한 벽이다. 기존 농가 중심으로 폐쇄적으로 유통되는 토지 정보와 대농 중심의 재임대 구조는 연고 없는 청년들에게 절망감을 안겨준다. 어렵게 땅을 구해도 담보 문제나 계약 지연으로 사업 집행이 늦어지면, 다음 예산 배정에서 불이익을 받는 ‘집행률 중심의 평가 방식’ 역시 현장의 실정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의 전형이다.

농촌의 고령화와 소멸은 이제 국가적 재난 수준에 도달했다. 이를 막을 유일한 대안인 청년농들이 제도적 허점에 걸려 창업을 포기하게 두어서는 안 된다. 우선 금융권과의 협의를 통해 시설 완공 전이라도 사업 계획과 신용도를 바탕으로 자금을 순차적으로 집행하는 ‘선(先) 집행 후(後) 담보’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지자체가 보증을 서는 등 청년들의 담보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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