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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지방소멸 대응기금’ 사람중심 투자, 방향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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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 대응기금’ 사람중심 투자, 방향 옳다

지방소멸이라는 거대한 파고 앞에서 강원특별자치도가 의미 있는 승부수를 던졌다. 강원자치도는 2027년부터 2031년까지 투입될 2단계 지방소멸대응기금 834억 원의 운용 방향을 기존 ‘시설·인프라’에서 ‘사람’으로 전면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그동안 전국적으로 지적돼 온 ‘하드웨어 위주의 예산 낭비’라는 비판을 수용하고, 지역 생존의 핵심인 인구 활력에 직접적으로 투자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지난 1단계 사업 기간인 2022년부터 2026년까지 강원자치도는 1,424억 원을 투입해 다양한 사업을 전개했다. 그러나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투입된 예산의 93%가 시설 건립 등 인프라 구축에 편중돼 있었다. 삼척의 수소 특화단지, 홍천의 K-Bio 도시, 횡성의 이모빌리티 센터 등은 지역 산업의 기틀을 닦는다는 측면에서 분명 가치가 있다.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건물을 지어 놓아도 그 안을 채울 사람과 운영할 인재가 없다면 그것은 결국 ‘유령 건물’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이런 맥락에서 강원자치도가 2단계 사업의 키워드로 복지, 의료, 교육, 일자리 등 ‘정주 인구 정착’과 ‘생활인구·외국인 유입 확대’를 내세운 것은 시의적절하다. 지방소멸 대응의 본질은 결국 ‘사람이 살 만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깨끗한 도로와 신축 건물을 넘어, 아플 때 믿고 갈 병원이 있고,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교육 환경이 조성되며, 청년들이 꿈을 펼칠 일자리가 보장될 때 비로소 인구 유출의 댐을 막을 수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운영 방식의 변화다. 기존의 시군 예산 지원 방식에서 벗어나 강원자치도가 직접 전략 사업의 60%를 기획하고 시군과 협력하는 ‘상생·협력 체계’로의 전환은 고무적이다. 인구 문제는 더 이상 개별 시군 단위의 행정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도가 직접 컨트롤타워 역할을 자임하며 500억 원 규모의 전략 사업을 이끄는 모델은 중복 투자를 방지하고 정책의 일관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몇 가지 전제가 뒷받침돼야 한다. 우선, ‘사람 중심’이라는 구호가 또 다른 형태의 현금성 살포나 소모성 축제에 그쳐서는 안 된다. 진정한 사람 투자는 지역 공동체의 자생력을 키우고, 외지인이 정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구축하는 일이다. 또 성과 지표의 과학화다. 시설 건립은 눈에 보이는 성과가 뚜렷하지만, 사람 투자는 성과가 천천히 나타난다. 단순히 ‘유입 인구 몇 명’ 식의 단기적 수치에 매몰되지 말고, 지역 내 서비스 이용 만족도, 정주 의향률, 생활인구의 재방문 횟수 등 정밀한 지표를 통해 정책을 지속적으로 수정·보완해야 한다. 여기에다 도의 직접 기획 비중이 높아지는 만큼,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야 한다. 지역마다 처한 사정이 다른 상황에서 도의 일률적인 기획이 현장에 맞지 않을 경우, 예산 집행의 효율성은 오히려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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