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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절반이 빈 태백 중앙시장, 지역 소멸 전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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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특별자치도 지역경제의 실핏줄인 골목상권이 고사 위기에 처했다. 최근 발표된 ‘2025년 4분기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 결과는 충격을 넘어 공포에 가깝다. 도내 집합상가와 중대형 상가의 공실률이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도는 가운데, 특히 태백 중앙시장의 집합상가 공실률은 51.5%를 기록했다. 상가 두 곳 중 한 곳이 문을 닫았다는 의미로, 이는 전국 234개 상권 중 유일하게 50%를 넘긴 수치다. 원주 중앙·일산 상권 역시 40%대의 공실률을 보이며 무너지고 있다. 강원자치도의 지역 상권이 ‘불황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음을 나타내는 뼈아픈 지표다.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이번 수치가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19년보다도 나쁘다는 점이다. 임대인들이 공실을 막기 위해 임대료를 낮추고, 임차인들이 권리금조차 포기하며 탈출구를 찾고 있지만 시장은 냉담하기만 하다. 상가 공실의 핵심 원인은 결국 ‘돈이 돌지 않는'' 내수 부진에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통계에 따르면 도내 가맹점 카드 매출액은 최근 한 달 사이 9% 가까이 급감했다. 고물가와 고금리가 장기화되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았고, 이것은 곧 소상공인의 경영난과 폐업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했다. 실제로 올 1월 강원 지역 소매업 폐업은 전년 대비 20% 이상 급증했다. 버티다 못한 자영업자들이 결국 ‘생존의 현장''에서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태백과 원주 등 구도심 상권의 붕괴는 인구 감소와 맞물린 구조적 문제이기도 하다. 인구는 줄어드는데 소비 패턴은 온라인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오프라인 상권의 경쟁력은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내놓는 단편적인 지원책은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 중소벤처기업부의 ‘모두의 지역상권 추진전략''이나 지자체의 지원책이 현장에서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하려면, 공급자 위주의 행정에서 벗어나 철저히 지역 밀착형으로 설계돼야 한다.

강원자치도 내 상권 활성화를 위해서는 과감하고 창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단순히 시설을 현대화하거나 일시적인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빈 점포를 청년 창업 공간이나 지역 커뮤니티 거점으로 전환하는 등의 유휴 공간 활용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또한, 외지 관광객에만 의존하는 구조를 탈피해 지역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찾을 수 있는 ‘로컬 콘텐츠''를 발굴하는 것이 시급하다. 더 늦기 전에 공동체 전체가 서로 머리를 맞대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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