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우리 사회가 장애인의 권익을 되새기며 차별 없는 세상을 다짐하는 날이지만, 강원특별자치도 내 발달장애인 가족들에게 이날은 차가운 현실을 확인하는 날일 뿐이다. 강원자치도 내 발달장애인이 1만명을 넘어섰음에도 이들을 뒷받침해야 할 공공 재활서비스는 수년째 ‘대기 중''이라는 팻말만 내걸고 있다. 치료의 골든타임이 생명인 아이들에게 3년의 대기 기간은 단순한 기다림이 아니라 삶의 가능성을 포기하라는 선고와 다름없다.
강원자치도의 인구 통계는 의미심장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전체 등록 장애인 수는 감소하고 있지만, 발달장애인 수는 2023년 9,743명에서 2025년 1만153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장애 인구의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에도 행정과 인프라는 과거에 머물러 있다. 도내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 제공 기관 36곳 중 절반 이상이 춘천, 원주, 강릉 등 대도시에 쏠려 있다. 삼척, 태백 등 8개 시·군에는 단 한 곳의 시설만이 존재한다. 거주지에 따라 재활의 기회조차 차별받는 ‘지리적 불평등''이 심각하다. 농어촌 지역의 보호자들은 왕복 수 시간이 걸리는 도시로 이동하거나, 울며 겨자 먹기로 값비싼 사설 시설을 찾고 있다.
국가가 책임져야 할 복지의 영역이 개인의 거주지와 경제력에 따라 결정되는 현 상황은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권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경제적 부담이다. 공공기관의 재활 비용이 회당 5,000원~1만원 수준인 데 반해, 민간 시설은 5만5,000원에 달한다. 발달장애 재활은 단발적인 치료가 아니라 일주일에 5회 이상, 사실상 평생 지속돼야 하는 과정이다. 정부가 비용의 일부를 지원한다 해도 연간 수천만원에 이르는 자부담은 평범한 가정의 경제를 파탄으로 몰아넣기에 충분하다. 재활을 포기하면 장애가 고착화되고, 이는 향후 더 큰 사회적 비용으로 되돌아온다. 반면, 적절한 시기의 재활은 발달장애인의 자립 가능성을 높여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가능케 한다.
지금 당장 재활 인프라에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소모성 지출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가장 가치 있는 투자다. 각 시·군별로 흩어진 서비스 신청 창구를 일원화하고, 지자체가 중심이 돼 통합적인 전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어느 지역에 살든 최소한의 공공 재활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역별 거점 재활센터''를 확충하는 것이 급선무다. 정부와 강원자치도는 더 이상 예산과 인력 부족이라는 핑계 뒤에 숨어서는 안 된다. 발달장애인 가족들이 겪는 고통은 ‘돌봄 독박''을 넘어 ‘생존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3년을 기다려야 하는 재활서비스는 서비스로서의 가치를 상실한 것이다. ‘장애인의 날''을 맞아 보여주기식 행사나 일회성 선심 쓰기 정책을 내놓기보다, 단 하루라도 빨리 치료받을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