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한·중 관광을 열다]섣달그믐 온 가족 둘러앉아 저녁 만찬…잊을 수 없는 고향의 맛

中 최대 명절 춘제 풍속도 '녠예판'

◇사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정통음식 길림시 만족 '바다완', 녠예판을 먹으며 오락을 즐기는 4대 가족 모습, 선지순대를 넣은 돼지고기 요리 '샤주차이', 양고기 수육 '수바러우', 녠예판(年夜飯)에 깃든 전설 년(年) 괴물의 모습.

중화민족은 예로부터'합(合)'을 중요시하는 민족이다. 한 해에 한 차례 먹는 녠예판(年夜飯)은 섣달그믐날 저녁에 온 가족이 한자리에 단란히 모여 앉아 먹는 저녁밥을 말한다. 길림일보는 최근 길림성 각 지역의 특색 있는 녠예판 그리고 그 속에 깃든 이야기를 취재했다.

■중국 녠예판(年夜飯)에 깃든 전설=중국 녠예판에 관한 많은 전설이 있는데 그중 사람들이 힘을 모아 함께 년(年)이라는 괴물을 물리치는 내용의 전설이 민간에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아주 오랜 옛날에 머리가 사자와 비슷하고 몸집이 소만 한 흉악한 괴물이 있었는데 먹을거리가 적은 겨울이 되면 산에서 나와 마을로 쳐들어와 사람을 해치고 가축을 상하게 했다고 한다. 년 괴물의 성화에 못 이겨 마을사람들은 멀리 이사 가기도 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사람들은 년이라는 괴물이 비록 사납기는 하지만 세 가지를 두려워하는 것을 알게 됐다.

첫째로 선홍색을 두려워하고, 둘째는 밝은 불빛을 두려워했으며, 셋째는 큰 소리를 무서워했다.

마을 사람들은 집집마다 문에 붉은 칠을 한 널판자를 걸어 뒀고 문 앞에 불을 지폈다. 그리고 밤에 사람들은 자지 않고 꽹과리를 치면서 굉음을 냈다. 밤이 깊어 마을 어귀에 들어선 년은 곳곳에 붉은색에 밝게 빛이 비추고 요란한 소리가 나자 줄행랑을 놓았고 그 후 다시 마을을 찾은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 후로 해마다 겨울이 되면 사람들은 년 괴물을 물리치기 위해 집집마다 대문에 빨간 나무 판자를 걸고 화롯불을 지피고 밤새도록 꽹과리를 쳤다고 한다. 그리고 그 다음 날 년 괴물을 물리친 성공의 희열을 서로 전달하고 축하를 표하며 설을 경축하기 위해 그믐날 저녁에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녠예판을 먹는 풍습이 생겼다고 한다.

■현지 중국인들과 어울려 녠예판을 즐기는 한국인 우경재씨=중국에서 네 번째 설을 맞게 된다는 우경제(58)씨. 이제 올해 설까지 5번째 중국에서 설을 쇠는 것이다.

장춘에 있으면서 바쁜 업무관계로 설이면 가족이 있는 한국에 돌아가지 못하고 세 번을 중국에서 홀로 설을 보냈다. “중국인 친구들이 집에 초대해 매번 훈훈한 설 명절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2016년 설에는 친하던 동갑내기인 여행사를 운영하는 한족 친구 왕사장의 초청으로 중국 가정의 설 문화를 처음 경험하게 됐습니다.”

우씨는 처음 중국인 친구 집에서 설을 보낸 이야기를 꺼냈다. 우씨는 중국식대로 미리 준비해 온 빨간 봉투에 넣은 세뱃돈을 왕사장 딸에게 건네줬다. 왕사장은 중국 풍속이라며 함께 물만두를 빚자며 우씨를 주방으로 끌었다. 중국 물만두는 한국 물만두에 비해 껍질이 두껍고 작았다. 입안에 넣은 물만두가 고소한 물이 톡톡 터지는 끝맛은 별미다. “우리는 서로의 문화에 대해 조금씩 더 알아가게 됐습니다. 설 음식으로 한국은 떡국을 먹고 중국은 물만두를 먹는다는 것. 또 중국은 폭죽놀이를 하고 한국은 윷놀이와 제기차기를 한다는 것을 말이죠. 하지만 설이 되면 고향에 내려가거나 가족이 모두 모여 한 해를 돌아보고 덕담을 하는 것은 중국이나 한국이나 비슷하더군요. 그 때문에 타향이라는 느낌 없이 편안했어요.”

■잊을 수 없는 녠예판, 바다완(八大碗)=90년대생 젊은이 관설은 길림시 무송도 한 만족 민박집 주인이다. 그녀는 기자에게 그의 기억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녠예판은 2012년 그녀가 갓 고향으로 돌아와 창업한 첫해의 녠예판이라고 전한다.

2012년 1월22일 섣달그믐날, 관설의 어머니 조아주머니는 먼저 주방의 큰 솥에 금방 잡은 지 얼마 안되는 돼지고기를 삶고 또 닭과 물고기를 손질해 뒀다. 어머니가 만든 만족 바다완은 그야말로 정통이라고 할 수 있다고 관설이 말한다. 바다완은 상바전(上八珍), 중바전(中八珍), 쌰바전(下八珍)으로 나누는데 관설의 기억 속에 상바전은 모두 육류인데 훙사오러우, 촨바이러우선지순대가 있고, 중바전은 고기도 있고 마른 채소도 있는데 가지말랭이, 콩말랭이 등이 있다고 한다.

바다완에서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것은 돼지고기잡채탕이라고 한다. 먼저 신 배추를 깨끗이 씻어 채를 썬 다음 돼지고기를 아주 얇게 썰어 준비를 하는데 팬에 기름을 두르고 고기를 달달 고소하게 볶다가 파, 생강, 화초, 팔각 등을 넣고 펄펄 끓여내면 된다.

■하나도 빠짐없이 다 모였어요. 너무 좋아요=길림성 조선족의 녠예판 밥상은 '세주'와 떡국이 주요 내용이다. 세주는 세수절을 앞두고 빚은 술인데 쌀을 주요 원료로 여러 가지 중약재를 배합해 빚은 술이다. 지난 4일 기자가 연길시 북산가두 단산지역사회 주민 김월선씨의 집을 찾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녠예판은 2년전 먹었던 녠예판이다. 그날 온 가족 여덟 명이 하나도 빠짐없이 모였는데 저는 그날을 일생에서 최고로 행복한 날로 꼽습니다.”

여든 고개를 바라보는 김월선씨는 떨리는 손으로 소중한 '가족사진'을 만지면서 행복에 잠겼다. 20년 전 노인의 아들과 딸은 가족을 데리고 출국했는데 2019년 남편이 병으로 앓아 눕자 멀리 해외에 있는 아들과 딸이 가족을 데리고 연길로 돌아와 온 가족이 오붓이 모인 음력 설을 즐겼다고 한다. “보름 전부터 음력 설 맞이 준비를 했습니다. 이는 우리 가족이 20년 만에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인 것입니다.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감칠맛 나는 샤주차이=샤주차이는 중국 동북지역의 이름 있는 음식인데 돼지수육, 선지, 신 배추 등을 넣고 끓인 음식이다.

68세의 허정해씨는 장춘시 금수가원(金水) 단지에 살고 있다. 현재 그는 도시생활에 익숙했지만 옛날 농촌에서 먹었던 음력 설 녠예판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허정해는 고소하고 맛있는 샤주차이를 먹고 친척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모여앉아 즐겼던 그때가 더없이 그립다고 한다.

허정해씨의 기억에 의하면 당시 돼지를 잡을 때 덕망이 높은 마을의 할아버지가 지휘하는데 번호대로 집집마다 순서에 따라 돼지를 잡는다고 한다. 할아버지 집에서 돼지 잡는 날이 되면 이른 아침부터 돼지도살 장인과 몇 명의 인부가 오는데 마을의 삼촌, 아줌마들도 찾아온다고 한다.남자들은 물을 긷고 장작을 패고 물을 끓이고, 여자들은 신 배추를 썰고 쌀을 씻어 밥을 짓는다고 한다.

오전 10시가 지나 돼지잡이를 끝내자 둘러서서 구경하던 사람들은 모두 “이 돼지 정말 살이 쪘구나. 네 손가락 너비만큼 비계가 올랐다”고 이구동성으로 칭찬한다. 큰 저울로 달아 보자 360근이 넘었다. 심장과 폐를 꺼내 걸어두는데 이를 초롱걸이라고도 한다. 그리고 피를 넣어 만든 선지순대를 만들고 목살과 삼겹살, 신 배추를 함께 넣고 푹 끓인다. 허정해씨는 어린 시절의 샤주차이가 가장 좋은 섣달그믐날 음식인데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고 기억 속에 생생하다고 한다.

녠예판은 시대의 변천에 따라 많은 변화를 가져왔는데 이 속에서 중국 각 민족의 행복한 생활을 엿볼 수 있다. 사실 녠예판에 뭘 먹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모여 느끼는 화기애애한 그 행복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지린일보=왕량·이대천·장춘영·필위림

※ 이 기사는 강원일보와 기사 제휴를 한 중국 지린성 최대 언론인 길림일보의 기사 원문을 번역한 것으로 대부분의 중국식 표현을 그대로 표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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