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박찬호 선수가 소속되어 있는 팀의 연고지인 샌디에이고(San Diego)라는 도시 이름이 귀에 익을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남단에 위치하고 있는 샌디에이고는 강원도민에게는 또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이 도시의 자랑거리인 바이오산업의 발전사례이다.
미국 내 바이오클러스터 평가에서 수위를 차지한 샌디에이고에는 노바티스(Novatis), 화이자(Pfizer)와 같은 세계 유수의 제약회사를 포함하여 500여개의 바이오기업이 있고 이들 기업의 고용인원은 6만명을 넘을 정도이다. 매년 13억달러에 달하는 벤처자본이 투자되고 있는 이 지역 바이오산업의 성장동력은 바이오관련 연구소 설립 등 연구기반 확충 외에도 하이브리테크(Hybritech)라는 선도기업과 UCSD 커넥트(CONNECT)라는 지역경제 인적네트워크라고 볼 수 있다.
1978년 창업된 하이브리테크는 세계 최초로 단일세포항체 기술을 상용화함으로써 그간 연구수준에 머물러 있던 샌디에이고의 바이오산업을 비즈니스화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종자기업으로서 새로운 바이오기업의 설립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또한 샌디에이고의 캘리포니아대학(University of California-San Diego)이 주축이 되어 1985년 발족한 UCSD 커넥트는 연구원, 사업가, 자본가, 사업서비스 제공자 등 지역 내 경제인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사업계획서 작성부터 자금조달에 이르기까지 원스톱 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UCSD 커넥트 발족 이후 최근까지 많은 기업의 창업을 지원하고 60억달러의 투자자금을 유치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면서 샌디에이고가 세계적 바이오클러스터로 발돋움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하버드대학의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교수도 혁신클러스터로서 샌디에이고가 발전한 데에는 UCSD 커넥트가 주요한 역할을 하였다고 지적한 바 있다.
강원도의 바이오산업은 1998년 춘천시가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정부로부터 '생물산업육성도시'로 선정되면서 육성이 본격화되었으며 2005년 현재 춘천바이오산업진흥원 소속 기업 35개가 470억원 규모의 생산을 일궈낼 정도로 성장하였다. 그러나 강원도 바이오산업은 종업원 수 10명 이하인 업체가 대부분일 정도로 여전히 영세하여 연구개발 및 마케팅 업무를 처리하기 위한 인력이 부족한 데다 최근 다른 지방자치단체도 바이오산업을 신지식산업으로 육성하기 시작하면서 도내 바이오산업은 설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특히 대전, 충북 등 강원도와 경합중인 타지역의 바이오산업에 대한 연구역량은 하루가 다르게 신장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일례로 충북은 현재 건설중인 오송생명과학단지에 식약청 등 보건복지부 산하 4개 기관이 이전할 예정인데다 오창과학단지와 더불어 다수의 바이오관련 연구소와 기업을 유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여건에서 강원도가 21세기 전략산업으로 바이오산업을 적극 육성하기 위해서는 샌디에이고 성공사례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겠다. 우선 샌디에이고의 하이브리테크와 같이 도내 바이오산업을 이끌어갈 수 있는 선도기업의 육성이 시급하다. 선도기업은 기술전파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뿐 아니라 전후방 산업연관효과를 통해 수직계열화를 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클러스터 형성을 위한 필수적인 요건이다. 또한 도내의 부족한 사업인프라를 극복할 수 있도록 기술개발자뿐만 아니라 금융, 회계, 법률 등의 사업서비스 제공자 등을 포괄하는 바이오산업 종합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UCSD 커넥트의 평가에서도 자금조달과 같은 양적 성과보다는 협력분위기 조성 및 상호이해 증진 등 관계자가 유대강화와 같은 질적 성과가 더 크게 인정을 받고 있다. 이외에도 연구역량 확대, 사업화 능력강화를 위한 마케팅 및 자금조달 지원 등도 도내 바이오산업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과제들이다. 세계적인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는 21세기에 가장 중요한 핵심분야로 바이오-디지털 컨버전스(Bio-Digital Convergence)를 거론한 바 있고 많은 석학들도 향후 100년간 세계경제를 이끌어갈 양대 축으로 IT산업과 더불어 바이오산업을 지목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IT산업은 어느 정도 성숙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에 바이오기술 개발에 미래산업의 관건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산업화, 정보화에서는 다른 지역보다 뒤처졌던 강원도가 제4의 기술혁명으로 일컬어지는 바이오혁명에서는 앞서 나가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유종열 한국은행 강원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