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의 동서를 가르는 백두대간 오대산 두로봉에서 갈라져 나와 북한강과 남한강의 수계를 이루며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한강기맥은 강원도의 보물이다.
웅장한 산세와 명산들이 즐비한 한강기맥은 춘천·영월·성지지맥이 분기해 눈부신 마루금을 이루고 있다.
강원일보사는 황홀한 보물이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한강기맥을 도민은 물론 국민에게 알리고 소중한 우리의 산림을 보전하기 위해 한강기맥 일부 구간을 탐방 보도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1,000m 넘는 거친 한강기맥 중
마을과 가장 인접 한 ‘덕구산’
이름 없는 들풀이 산행동무
뒷동산 같은 포근함 매력
■마음을 다스리는 산
홍천읍내에서 국도 44호선을 버리고 구부정한 지방도 444호선 도로를 따라 하늘 속을 달리다 보면 노천초교를 지나고 공작산(882m) 초입을 지나 덕구산으로 향하는 길목인 얕은 언덕의 화방재(450m)를 만날 수 있다.
이곳 화방재에서 고개를 지나는 나그네들을 위한 쉼터에 앉아 천연의 샘으로 목을 축이고 나면 저 멀리 아득하게 정겨움으로 다가오는 덕구산이 희미하다.
안부로 올라서기 위한 초반 경사가 만만치 않다.
얕은 산이라고 우습게 알았다가는 길을 잃을 수도 있다는 숲길 조사원의 설명이 아니더라도 은근히 걱정이 앞선다.
가시와 덩굴로 쉽게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강원도의 산악답지 않게 한강기맥 160㎞ 구간 중 가장 해발이 낮은 곳이지만 숲 속으로 빨려들어 갈수록 벗어나고 싶지 않은 신비스러움이 앞다투어 다가온다.
새소리와 바람소리, 때이른 낙엽 구르는 소리가 천상의 화음을 이뤄낸다.
덕구산으로 오르기 위해 능선으로 가는 길은 스스로에게 마음을 다스리라 일컫는다.
도토리 속살같은 부드러움이 온 숲을 감싸고 있다가는 갑자기 상처 입은 나무들로 가득한 슬픔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어느 때는 날카로움으로 폐부를 찌르듯 날을 세운 모습처럼 끝없이 오르는 직선의 산길이 쉽사리 자신의 영역을 허락하지 않는 모습이다.
능선길에는 사방으로 도토리가 천지다.
도토리가 얼마나 많은지 도토리에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기 일쑤다.
북부지방산림청 이원미씨는 “이 도토리들은 숲의 주인인 다람쥐와 야생동물들이 겨울철 양식으로 사용할 것”이라며 “올겨울은 동물들이 크게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능선 곳곳에 넓게 분포한 참나무가 심어진 곳은 예전 밭을 일구며 살아가던 사람들의 터전이다.
이제 그들의 흔적은 모두 사라지고 참나무들이 대신 그 자리를 채웠다.
그들의 흔적은 인근 초등학교까지 영향을 미쳤다.
한때는 전교생이 600여명에 이를 정도로 많았지만 지금은 20여명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조규은 북부지방산림청 숲해설가는 “하늘로 잘 뻗은 나무들이 있던 자리들은 대부분 이곳에서 생활하던 화전민들의 터”라며 “이제는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어 그저 대견할 뿐”이라고 말했다.
■품이 넉넉한 산
덕구산(德丘山·656m)으로 가는 길목에 잠시 머물며 땀을 훔치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넉넉해져 옴을 느낄 수 있다.
산세는 물론 바람마저 포근하기 때문이다.
덕구산은 홍천과 횡성의 경계를 이루며 한강기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오대산 두로봉에서 뻗어나온 한강기맥은 계방산을 지나 운두령에서 잠시 머문 뒤 줄기차게 서진하다 홍천과 평창, 횡성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삼계봉(1,080m)을 지나 덕고산(德高山·1,125m)에서 허기를 달랜 뒤 또 다시 서진한다.
1,000m이상의 고지를 쉼 없이 내달리던 한강기맥이 잠시 사람들이 그리워 내려 선 곳이 바로 이 곳, 덕구산이다.
한강기맥 구간 중 가장 인간의 마을과 인접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고향 뒷동산처럼 포근하고 아늑한 덕구산이 위세당당한 한강기맥의 반열에 들 수 있음은 다름 아닌 부드러움과 강함을 동시에 지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발 아래서 쉼없이 모처럼 만난 산객들이 반가워 비켜설 줄 모르는 이름없는 풀들과 돌들과 야생동물의 겨울 식량인 도토리들마저 정겹다.
박영택 숲길조사원은 “이곳이 우리나라의 큰 축인 한강기맥을 이루고 있다는 것은 정말 신기할 정도”라며 “이렇게 아담하고 부드러운 곳도 있다는 것은 우리의 산하가 얼마나 품이 넉넉한지 실제로 알 수 있는 산 체험이다”고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푹신한 숲의 기운을 받으며 내려오는 길은 온통 소나무 군락을 이루고 있는 솔골이다.
우리 스스로 지키고 아껴줄 때 비로소 그들의 가치가 빛을 발할 것이다.
조규은 숲해설가는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로 인한 국제적인 관심사는 숲을 통해 해결할 수 있고 숲의 가치와 역할은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될 만큼 너무 중요하다”며 “자꾸 현재의 우리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후손과 그 후손, 또 그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잘못된 인식을 버리고 자연을 섬기면서 살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천=원상호기자theodoro@kwnews.co.kr
1,000m 넘는 거친 한강기맥 중
마을과 가장 인접 한 ‘덕구산’
이름 없는 들풀이 산행동무
뒷동산 같은 포근함 매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