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 변화와 함께 도내 재난·재해의 유형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태풍과 장마 등으로 인한 재난·재해가 감소하고 아열대 기후처럼 종잡을 수 없는 기상이변이 속출하며 외신으로만 접하던 신종 질병과 병해충, 새로운 생물종의 출몰도 잦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에 따른 장기적인 재난방재 시스템의 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2007년 이후 태풍 직접 피해 無
국지성 집중호우는 두드러져
…
아열대적인 기후 특성 나타나
낙뢰피해 더욱 자주 발생할 듯
■사라져 가는 장마와 태풍 피해
평창 대화면 하안미리 주민들은 올 여름도 별다른 비 피해가 없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평창강의 지류인 대화천 인근에 자리 잡은 이 마을은 2002년과 2003년, 2006년 비 피해를 입은 상습침수지역이다. 지난 4년간 태풍이나 장마가 없었던데다 지난해 하천재해예방사업이 완료되며 한시름을 놓게 됐다.
29일 현재까지 올해 도내에서 발생한 수해는 군사시설과 도로 붕괴 등 모두 25건이다. 또 2007년부터 4년간 인명피해는 단 한 명도 없었으며 이 기간 재산피해는 569억원으로 루사 피해를 입은 2002년의 2%에 불과하다.
피해가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태풍과 장마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2002년 태풍 루사와 라마순 이후 2003년 매미, 2004년 디엔무 민들레 메기, 2005년 나비와 2006 산산 등 매년 두 개가량의 태풍이 도내를 할퀴고 지나갔다.
하지만 2007년 이후 도내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힌 태풍은 한 건도 없었다. 지난 30여년간 매년 26개의 태풍이 발생해 4개가량이 도내에 영향을 끼쳤지만 올해는 현재까지 4개가 발생해 '뎬무'만이 강릉 등 영동지역에 30㎜에도 못 미치는 비를 뿌리고 지나갔다.
또 2006년 7월14일부터 일주일간 내린 장맛비로 24명이 숨지고 1조3,000억원의 재산피해가 난 이후 도내에선 사흘 이상 내린 비로 피해를 입은 경우가 한 번도 없었다.
■강수 패턴의 변화, 예측할 수 없는'국지성 집중호우'
지난 15일 철원 등 영서 북부지역엔 시간당 90㎜의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임진강 지류인 차탄천에서는 급류가 발생해 군 초소 등 군사시설 15곳이 붕괴됐으며 철원군 철원읍 대마리와 경기 연천군을 잇는 국도 3호선의 절개지가 무너져 300톤의 토사가 쏟아졌다.
최근 언제 어디에 비를 뿌릴지 알 수 없는 국지성 집중호우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도내의 경우 산악지역과 하천이 많고 지역마다 산과 강으로 격리돼 국지성 호우가 더욱 자주 발생할수 있는 지형적 여건을 갖고 있다.
특히 소하천이 많은 도내는 집중호우 시 많은 양의 비가 폭이 좁은 소하천으로 흘러들면 물이 넘쳐 주변 지역의 심각한 피해가 우려된다. 하지만 소하천의 재해예방대책은 아직까지 걸음마 수준이다.
지난해에도 7월12일과 13일 이틀간 원주 230㎜ 등 영서남부지역에 큰 비가 내리며 300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2008년엔 8월3일과 4일에도 양구, 고성, 양양 등 북부지역을 따라 200㎜의 비가 내려 40억원의 재산피해가 있었다.
2000년의 경우 8월24일부터 열흘간, 2002년엔 8월4일부터 9일간 비가 내려 비슷한 규모의 피해가 발생했던 점을 감안하면 짧은 기간 엄청난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집중호우는 기후변화로 동해안의 해수면이 높아지며 대기 불안정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온난화의 영향이 아열대적인 강우 특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증거다.
■'날벼락' 낙뢰의 위협
올 들어 6월부터 현재까지 영서지역에 낙뢰가 친 날은 모두 32일로 사흘에 한 번꼴이었다. 아열대적인 기후 특성이 나타나며 상·하층 간의 공기 이동이 심해져 낙뢰는 앞으로 더욱 자주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낙뢰는 이상전류로 인한 화재 등은 물론 90㏈에 달하는 굉음으로 컴퓨터 프로그램을 마비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낙뢰에 대한 방재시스템은 걸음마 수준으로 아직 피해를 막을 뚜렷한 대책이 없다. 기상청 관계자는 “낙뢰는 예측이 어려운 만큼 안전수칙을 숙지해야 한다”며 “천둥 소리를 들었다면 즉시 밀폐된 건물이나 자동차안으로 대피하고 큰 나무, 전신주, 물가에서 멀리 떨어져야 한다”고 했다.
백민호 강원대 삼척캠퍼스 재난방재학 교수는 “도는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산과 바다 사이에 위치해 비가 오면 급경사를 타고 빗물이 빠른 속도로 모여 피해가 많았다”며 “잦은 피해로 하천정비, 사방댐, 배수펌프장, 유수지 설치 등 기본적인 정비는 잘돼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도의 자연적인 지형을 이해하고 기후변화에 맞는 대책을 세우는 패러다임의 전환과 재해에 취약한 지역 주민을 이주시키는 등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기영·박진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