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계사년 `뱀 이야기']뱀처럼 지혜롭고 민첩하게 전진하는 한 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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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0년에 한 번 온다는 '흑사(黑巳)' 해

징그럽고 혐오스러움의 대명사 평가 속

재물 안겨주고 지혜 상징하는 동물로 추앙

서양선 의학·중국선 우주 창조 모습 그려져

2013년 계사년(癸巳年)은 뱀띠 해. 그것도 60년 만에 한번 돌아온다는 흑사(黑巳)의 해다.

십이지(十二支)의 여섯 번째 동물인 뱀(巳)은 방향으로는 남남동, 시간적으로는 오전 9시에서 11시, 달로는 음력 4월을 지키는 방위신이자 시간신이다. 뱀처럼 사람들에게 극단적인 평가를 받는 동물도 없다. 징그럽고 혐오스러운 동물의 대명사이면서도 각종 설화 속에서는 재물을 안겨주고 지혜를 상징하는 동물로 추앙받기도 한다. 21세기 첫 뱀띠의 해를 맞아 뱀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던질까.

■세계 이야기 속의 뱀

서양의 경우 뱀은 아담과 이브를 에덴동산에서 쫓겨나게 만든 장본인으로 교활함의 대명사로 기억된다. 또 신약성경 마태복음에서 예수는 제자들에게 “너희는 뱀처럼 지혜롭고 비둘기처럼 순결하라”는 가르침을 남긴다.

고대 그리스의 뱀은 지혜의 신 아테나의 상징물이며, 논리학의 상징이기도 하다. 수메르 신화에도 뱀의 모습을 한 지혜의 신 엔키가 등장한다.

뱀은 또 의학의 상징이다. 세계 각국의 의무병과 마크에는 지팡이를 감고 올라가는 두 마리 뱀이 등장하는데 그리스 의학의 신으로 추앙받는 아스클레피오스와 제우스의 아들 헤르메스가 두 마리 뱀이 감고 있는 카두세우스라는 지팡이를 지니고 다녔다는 설에서 유래한다.

중국 신화에는 인간의 얼굴에 뱀의 몸통을 지닌 '복희'와 '여와'가 등장한다. 실크로드 출토 벽화에는 복희와 여와는 몸통을 서로 꼰 채, 자와 컴퍼스를 들고 천지와 우주를 창조하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인도, 태국, 캄보디아 등을 잇는 남방 신화에서 뱀은 우주의 생기와 대지의 뜻을 전하는 전령, 진리의 수호자로 숭배된다.

■우리나라 이야기 속 뱀

우리에게 상상 속의 뱀은 신적인 존재다. 뱀은 자신의 소망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며 기다리는 인내의 상징으로 표현된다. 비 오는 날 용이 돼 승천하는 100년 묵은 이무기 이야기가 대표적. 특히 구렁이는 집안의 재물을 관장하는 업신(業神)으로 숭배 대상이다. 부자가 되는 것을 '업이 들어온다'고 하고, 재산을 탕진해 가난해지는 것을 '업 나간다'고 하는 말이 여기에서 유래했다. 뱀은 또 남근(男根)을 상징하며, 다산(多産)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특히 뱀 꿈은 길몽이며 태몽으로 여겨져 반가움이 된다. 또 겨울잠을 자기 위해 사라졌다가 이듬해 나타나고, 때가 되면 허물을 벗는 모습은 불사(不死), 재생(再生), 영생(永生)의 상징성을 지닌다. 현실적으로는 노쇠한 몸에 원기를 가져다주는 명약으로서의 기능도 했다.

■뱀이 주는 교훈

우리 조상들은 뱀을 경계하면서도 물리치는 법이 없었다. 뱀 역시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여겼기 때문이다.

뱀은 복수의 화신이면서 탐욕스러운 절대 악으로 표현 되지만, 때로는 은혜를 갚는 등 선한 존재로도 나타난다.

또 탐욕스럽거나 호색한 인간이 죽어서 환생한 존재, 승천하기 위해 천년을 기다리는 인내의 상징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정작 뱀은 이 같은 평가가 심드렁하기만 하다. 오로지 본능에 자신의 삶을 맡기며 살아갈 뿐인데….

뱀은 결코 뒤돌아보는 법이 없이 그저 앞만 보고 똑바로 전진하는 동물이다. 계사년 새해에는 우리 모두 뱀처럼 지혜롭고 민첩하게 전진하는 한 해가 되라고 일깨워 준다.

때가 되면 허물을 벗고 새로운 성장을 하는 뱀의 모습은 대통합의 숙제를 안고있는 2013년 대한민국에 해답을 제시한다. 뱀처럼 스스로 허물을 벗어버리는 각고의 노력만이 새로운 성장의 원동력이라는 교훈이다.

허남윤기자 paulhur@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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