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는 두 개의 나라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나는 전 세계에 한류문화를 퍼뜨리며 승승장구하는 문화정보기술(IT) 강국이고 다른 하나는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성매매를 할 수 있는 나라다. 지나친 과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조금만 현실을 들여다보면, 우리 주변에 성매매 인프라가 얼마나 심각하게 형성됐는지 알 수 있다. 비록 그 세가 위축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건재한 사창가에서부터 동네 구석까지 침투한 휴게텔, 키스방, 전화방, 불법 성매매를 일삼는 안마시술소 등 곳곳에서 성매매가 다반사로 이루어진다.
어디 그뿐인가 인터넷을 통한 채팅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성매매에 출장마사지, 조건만남 등 형식도 무궁무진하다. 마음만 먹으면 낯선 여성을 만나 성매매를 할 수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한국 성매매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뀐 계기는 2004년 성매매 알선 등 처벌에 관한 특별법과 성매매방지특별법이 본격 시행되면서부터다.
그전까지는 사창가라고 부르던 특정 지역과 룸살롱 유흥주점에서 성매매가 주로 이루어졌다. 성매매특별법은 이 같은 성매매를 막으려고 재정한 것으로 당시에는 사회적으로 큰 이슈를 불러일으켰다. 공권력을 앞세워 사창가를 집중 단속하고 당국은 아예 뿌리를 뽑으려했다. 하지만 성매매 업주나 성매매여성들은 개의치 않았다.
이미 한국의 성매매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오프라인 성매매 업소가 전멸하고 온라인을 통한 성매매가 기존의 오프라인보다 더 크고 광활하게 시장을 형성했다. 고객을 연결하는 성매매 사이트도 성행하고 신종 퇴폐업소가 생겨났다. 성매매특별법의 사실상 실패와 한국의 성매매 불패신화를 여지없이 보여주는 사례다. 예를 들어보자. 성매매특별법이 없었다면 성매매 시장이 지금처럼 커지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거기에는 인터넷 발달이 작용했으리라 본다. 앞으로도 성매매는 더 음성화될 테고 단속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도 여전히 성매매가 이뤄진다는 사실이다. 오피스텔 성매매는 인터넷과 결합하면서 홍보수단이 되었다. 이제는 이메일이나 쪽지 네트워크를 이용해 언제든 성매매를 할 수 있다.
최근 성매매 시장은 점점 페티시즘화하는 경향까지 보인다. 성매매시장 확대로 인한 사회적 문제는 성매매시장으로 유입되는 일반 여성 규모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라는 것이다. 과거에는 창녀라고 하는 여성만 성매매를 했다. 그런데 요즘은 다르다. 여성이면 누구나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성매매를 할 수 있다. 요즘에는 일부 20대 여대생이 성매매공급자 상위 순위에 올라 있다. 최근 일부 직장여성과 가정주부까지 연결되고 있어 관계당국의 고민이 깊다. 성매매 문제를 말할 때 부딪치는 의견은 업소가 문제냐 성매매를 하는 여성이 문제냐 아니면 성매매를 하는 남성들이 문제냐 하는 것이다.
이 논쟁에 대한 명쾌한 답은 없어 보인다. 어쩌면 총체적인 문제일 것 같다는 생각이다. 남성이 존재하고 여성이 있는 한 성매매는 지구상에서 사라지지 않으리라 본다. 경제논리로 따지면 먼저 수요가 없어야 공급이 사라지는 게 맞다. 그런 관점에서 수요가 줄지 않기 때문에 공급도 끊이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수요를 차단하면 성매매 문제를 간단하게 해결할 일이지만 현실적으로 그게 쉽지 않다.
경찰은 어디에서 성매매가 이루어지는지 파악하기 힘들 것이다. 기존 단속망을 완벽하게 피해가는 성매매다.
그렇다면 이토록 광범위하게 퍼진 성매매를 막을 대책은 없는 것일까?
외국의 경우 공창제를 시행한 이후 성범죄가 줄었다는 통계가 있다. 우리도 공창제를 고민해볼 시기라 생각한다. 또한 우리 사회가 성범죄에 대한 양형문제 뿐만 아니라 피해자 지원 대책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